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진 가운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82)가 왕실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엄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영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자면서 특히 손자인 월리엄(26)과 해리(24) 왕자에게 나이트클럽 등 '밤생활'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AFP 통신 온라인판 등이 15일 전한 바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업률이 증가하고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까지 기록하자 국민과 함께 힘든 시기를 넘긴다는 평소의 지론에 맞춰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윌리엄과 해리 왕자에 대해선 이들이 술에 취해 여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자칫 호화, 방탕스럽게 비쳐 국민에 위화감을 줄 것을 특별히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니콜라스 데이비스는 AFP에 "여왕은 항상 국가가 처한 상황에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왕은 겉만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처신 바르지 못한 자손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왕실 가족들이 자신을 따라 검소하고 조용히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국왕중 가장 부자에 속하는 엘리자베스 2세는 대략 4억7,500만 달러의 개인재산을 갖고 있지만 근검절약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인 것으로 유명하다. 여왕은 버킹엄궁에 거처할 때 사람이 없는 방의 전등을 끄고 왕실 연회에서 남은 음식은 재활용하게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미 올 초부터 지출을 줄이기 시작해 새 옷을 한 벌도 장만하지 않았다. 현재 입는 의상의 대부분은 옛날에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옷감으로 만든 것이다.
여왕은 지난 10월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를 방문, 국빈만찬에 참석했을 때 20여년 전 중동방문시 예물로 받은 옷감으로 만든 예복을 입었다. 여왕이 류블랴나 시내를 둘러볼 때 착용한 붉은색 의상은 지난 4월 왕실 약혼식에서 입은 것이고 슬로바키아 방문 때 입은 옷도 올 부활절에 이미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의전상 같은 옷을 두 번 이상 착용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깬 것이다. 부군인 필립공도 30년 전에 산 바지를 그대로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국가원수인 여왕의 연간 예산은 1991/92년도에는 8,730만 파운드(약 1,790억원)에 달했으나 2007/08 연도엔 절반 이하인 4,000파운드로 줄었다. 여왕은 지출 삭감 외에도 왕실 구성원에게 국민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라고 권유하고 있다. 최근 엘리자베스 2세는 버킹엄궁에 300명의 의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해 조촐한 위로연을 베풀었고 직접 자선시설들을 열심히 찾아 나서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여왕의 이러한 솔선수범이 국민에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정신적인 위안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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