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흥행보다, 뉴욕이 주무대였던 작곡가의 한국 뮤지컬계 데뷔가 성공적이어서 기쁘다"는 연출가 성재준(34)씨. "그저 좋은 사람과 재미있게 작업한 것에 만족한다"는 작곡가 김혜영(30)씨.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사랑을 그린 세련된 감성의 창작 2인 뮤지컬로, 지난달 개막 이후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페인'의 성공적 행보는 티격태격하다가도 어느새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서 비롯된 듯했다.
극작과 연출, 작사를 도맡은 성씨와, 뉴욕대 출신으로 뉴욕에서 2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 뮤지컬에 작곡가로 참여했던 김씨는 그렇게 창작 초연작 '카페인'의 산뜻한 출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은 2005년 '뮤직 인 마이 하트'로 뮤지컬 연출을 시작해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성씨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실 다음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나 캐릭터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앙상블이 없는 2인극이 제 도전 정신을 일깨웠죠. 와인과 커피라는 독특한 소재에 이야기를 녹여보자는 기획 의도에도 끌렸고요."
그는 "기댈 구석이 없기에 극작가로서 위험 부담이 있는 2인극이지만 김씨가 작곡가로 동참하기로 일찌감치 약속해 준 덕분에 선뜻 도전장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활동 중이지만 한국 뮤지컬 제작사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실력있는 작곡가인 김씨는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이 2010년 개막 목표로 준비 중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작곡가로 참여하고 있다. 선화예고와 이화여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뮤지컬에 뜻을 품고 뉴욕대에 진학했다.
"혼자 하는 클래식 음악보다 협업인 뮤지컬 작업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더 생생하게 주기 때문에 끌렸어요. 더욱이 이번 작품은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작곡이 대본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모든 과정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뉴욕에서 하는 작업과 큰 차이를 못 느꼈죠."
물론 김씨에게도 한국 데뷔작이 2인극인 것은 어느 정도 부담이 됐다. 예컨대 좋아하는 합창곡을 넣을 수가 없었다. 그 대신 '2인극은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성씨와 뜻을 함께 한 덕분에 보사노바, 재즈,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동원해 다채롭게 음악을 구성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들 두 젊은 창작자의 만남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스토리나 음악 구성으로 인한 갈등이 아닌 작업 공간의 문제였다. 지난 1년간 두 사람은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이어왔다.
시차 문제로 빠른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성씨가 무리한 스케줄을 쪼개 뉴욕까지 날아가 작품을 마무리했지만 그간 밀려 있던 쟁점을 풀어가다 보니 숙소에서 편하게 잠자리에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두 사람은 기회만 된다면 다음 작품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둘이 함께하는 사진 촬영조차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뮤지컬을 시작한 분명한 목적의식만은 같기 때문.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축제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가 좋았고요. 관객도 스태프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성재준)
"맞아요, 저 역시 관객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배우에게도 재미를 주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듣는 순간마다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이요."(김혜영)
공연은 내년 2월 28일까지. (02)742-900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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