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지음/안티쿠스 발행ㆍ330쪽ㆍ1만7,000원
조선은 이념의 왕국이었다. 그 줄기를 지탱한 것이 유교 경전들이었다. 서적 출판은 일체 왕의 소관이었다. 왕은 조선이라는 독점 출판사의 사장이자 출판유통업계의 총재였다. 조선의 핵심은 책을 만들고 유통ㆍ관리하는 시스템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책은 문치를 내건 조선이 출판 사업을 통해 나라의 근본을 잡아가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세종이 나라의 도덕을 바로잡기 위해 <삼강행실도> 를 찍고 그 속편을 간행해 간 사업의 실질적 요체가 출판이었다. 임진왜란으로 쑥대밭이 된 나라의 시스템이 회복됐음을 알린 신호탄은 <선조실록> 편찬이었다. 선조실록> 삼강행실도>
출판은 조선의 문화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책을 하사받거나 중국 조정을 통해 책을 사들이는 일이 여의치 않자, 영조 시절에는 사신단을 보내 책을 직접 구입해 왔다.
책은 군데군데 역사의 뒤안길을 따라가는 코너를 두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예를 들어 유교 이데올로기의 첨병이었던 <소학> 이 중종 때 극심한 권력다툼으로 금서로 되었던 일 등 조선 사회의 진면목을 보다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사실들이 상술돼 있다. 소학>
책 사랑은 일본인들도 조선인들에 뒤지지 않았다. 세종 때 일본에서 온 사신들은 대장경을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 조선의 활자로 만든 경전을 얻어 갔다. 당시 일본에서 대장경은 불교 정책을 시행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었을 뿐더러 막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인 저자는 "2003년 조선의 활자에 대해 연구하면서 조선의 왕들이 유교 경전 등의 출판 사업에 놀랄만큼 깊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저술 계기를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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