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여부가 갑자기 논란거리가 됐다. 미 국방부의 합동군사령부가 '2008년 합동작전 환경평가'에서 북한을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과 나란히 아시아대륙 연안의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s state)'로 꼽은 것이 발단이다. 때마침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북한은 핵폭탄 여러 개를 만들었다"고 썼다. 이어 미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도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지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게 모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조짐이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포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이 공을 들여온 '북핵 폐기' 목표를 포기하는 게 된다. 북핵 6자회담의 '비핵화' 합의도 쓸모없게 된다. 우리 정부가 즉각 보고서 수정을 요구하고, 미국 쪽에서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공식 입장, 정책 기조가 가까운 장래에 바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아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다. 하필이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둔 때에 미묘한 논란거리를 만들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미국의 속내가 무엇이든,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부르는 것과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이를테면 인터넷 백과 위키피디아도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함께 'Non-NPT 핵무기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애초 NPT(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북한처럼 탈퇴한 나라들이다. 이들 4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NPT 핵무기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가 인정된 것과 달리 '사실상의 핵 보유국'일 뿐이다. 단적인 차이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등 불이익을 받는 점이다.
■NPT 체제는 '불평등' 체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핵무기를 지닌 다음 다른 나라의 '핵 클럽' 가입을 봉쇄한 데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전략적 이해를 좇아 은밀히 지원하거나 건성으로 제재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핵무기 국가와 핵 보유국의 차이는 사실과 정책의 차이"라는 규정도 있다. 다만 미국의 정책변화 조짐은 '핵 보유국' 지위 인정과는 거리가 멀고,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 핵 포기를 이끌려는 움직임으로 볼 만하다. 그게 오바마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일 수 있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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