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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의사가 사라진다' 의사 아닌 기술이 환자를 살리는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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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의사가 사라진다' 의사 아닌 기술이 환자를 살리는 세상이 온다?

입력
2008.12.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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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케슬러 지음·김승욱 옮김/프로네시스 발행·452쪽·1만6,000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혈액을 뽑는다. 피만 뽑았을 뿐인데 검사결과지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수치들이 나타난다. 진료비 항목도 머리가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 검사비는 25달러. 이것만이라면 나쁘지 않다. 혈소판 검사비 30달러, 질적인 임신 검사비 55달러 등,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실 대부분 검사에 필요한 화학약품비는 5센트 정도에 불과한데도 그렇다. 물론 미국 의료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역시 일반 대중이 보기에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는 적지않다.

20여년간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가로 일해온 경제전문가인 저자는 "왜 의료계에서는 실리콘밸리처럼 기술적 혁신이 생산비를 떨어뜨리고 그래서 다시 시장을 확대하는 산업적 발전(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깎아내기')이 일어나지 않고 늘 의료비 부담은 올라가기만 하는가"라는 호기심에서 자신에게는 낯선 의학 분야를 해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인의 지나친 의료비는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과 빈곤층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에도 기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의술이 서비스업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즉 의술이 전문지식이 축적된 값싼 칩으로 제품화되지 않고 10년 교육을 거쳐 배출되는 고연봉 의사인 개인의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탐색한 결과는, 이 책 제목처럼 '의사가 사라진다'이다. 아직은 드물고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의료산업에서도 기술적 혁신의 결과로 고비용 구조의 원인이 되는 의사들이 사라질 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가지 단적인 예는 R2라는 컴퓨터 탐지기술. 미국에서는 매년 4,000만 건의 유방암 X선 검사가 실시되는데, 이를 각 병원에서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 방사선 전문의 2명이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진단 주체가 R2 1대와 전문의 1명으로 대체되었고 R2는 날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또한 3D 구조를 재현할 수 있는 CT스캐닝 기술은 현재의 값비싼 검사들보다 훨씬 싸게 심장질환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중한 질병일수록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우리나라의 의료 소비자도 이러한 날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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