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조5,000억원(예산순계 기준)으로 확정된 내년 예산 등을 통해 정부가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년까지 풀 돈은 35조6,000억원에 달한다. 20조원 규모의 감세와 금융시장에 직접 실탄을 공급하거나 대규모 하천정비와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용 사업에 유례 없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단 하나다. ‘경제난국 극복’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어, 이렇게 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고도 경제 위기 돌파의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
실물과 금융 모두에 재정 지원
국회의 손질을 거친 내년 예산은 금융에서 실물경제로 전이된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중소ㆍ수출기업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 1조7,000억원의 실탄을 투입하는 등 금융 부문에 정책적 지원을 대폭 확대한 것. 신용보증기금(1,000억원→9,000억원)을 비롯 신용보증기관에 1조1,6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실물경제의 수혈 공급처인 금융시장 안정에 쓰일 예산(4조원)은 올해보다 880%나 불어났다.
청년층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올해보다 41%(1조4,000억원)를 더 쓰고, 경기 침체의 타격을 크게 입을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할 복지 예산도 확대됐다.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지렛대 삼아 경기를 띄우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에도 변함이 없다. 참여정부에서 연평균 2.5% 증가에 그쳤던 SOC 예산이 단번에 26%이상 늘어나 24조7,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감세와 재정지출 병행해 경기 하강 속도 늦춰
정부가 11ㆍ3대책 등을 통해 내놓은 재정 지원은 내년까지 33조3,000억원이었다. 여기에 국회가 서민민생 관련 감세 확대 2조원을 포함해 모두 2조3,000억원의 감세 지원을 보탰다. 정부와 국회가 합작한 재정대책 규모는 35조6,000억원,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4%에 맞먹는다.
물론 지금은 평시와 다른 위기상황이니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과감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1조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구상하는 등 세계 각국이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고, 경기 침체가 깊어질수록 계속 그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얼마를 풀어야하는지 적정 규모는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결합한 내년 경제위기 극복 대책비용은 GDP의 4% 수준이고, 2011년까지 GDP대비 8.8% 수준인 79조원으로 확대된다”며 “이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중 전체 예산의 60%를 조기에 풀어, 재정 지출의 효과를 가능한 앞당길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 악화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세금을 덜 거두고 반면 쓸 곳이 늘어나니, 내년 적자 국채 발행액은 정부 수정안(17조6,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더 불어났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24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2.7%에서 34.5%로 올라가게 됐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75.3%이어서 국가채무비율만으로 본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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