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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초점/ 예산 심의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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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초점/ 예산 심의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08.12.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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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심사가 진통을 겪으면서 '이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밥 먹듯이 법정 기한을 어긴다는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졸속, 부실 심사에다 편법, 밀실 심사라는 비판까지 덧씌워지고 있다. 국회가 가장 본연의 임무에 속하는 예산 심사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큰 것이다.

먼저 예산을 심사할 절대 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는 졸속, 부실 심사의 근본 원인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대로 10월 2일(회계연도 개시 90일 전) 국회에 제출했으나 경제 상황 악화로 11월 7일 수정예산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후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위 심사가 본격 시작된 것은 11월 19일 종합정책질의가 시작된 다음부터였다. 결국 12일 예산안이 처리된다면 약 20일 간 예산안을 심사한 것이다.

284조원에 달하는 나라 살림을 20일 만에 제대로 심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예결위원들조차 입을 모아 "이렇게 큰 규모의 예산을 몇 주일 만에 심사하는 게 솔직히 가능하냐"고 반문할 정도다. 더욱이 사업별로 예산을 증ㆍ감액하는 세부 조정을 하는 계수조정소위는 1일부터 시작됐다. 이마저 여야 충돌로 공전하다 5일에서야 겨우 가동됐다. 사실상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초치기로 나라 예산을 주무르는 것이다. 한번 일독(一讀)하기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의 예산심의 제도는 50년 전인 1960년대에 재정 규모가 700억원으로 현재의 3,900분의 1에 불과한 시절에 만든 것으로 우리 몸에 전혀 맞지 않다"며 예산안 심의 제도 개선을 위한 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회가 여야를 불문하고 최소한 양식이 있다면 어떻게 국민의 혈세를 부실하게 심사할 수 있느냐"며 "현재 국회의 시스템으로는 이 같은 일의 반복이 불가피하다"고 개탄했다.

여야가 정치적 이유로 심사에 진척이 없자 시한의 촉박함을 이유로 계수조정소위 내 소(小)소위를 구성해 심사를 한 것도 문제다. 법적 근거도 없는 기구에서 더구나 비공개 심사하는 것은 밀실, 편법 심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 예산심사의 물리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런 수단까지 동원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소소위에서 비공개 심사를 하면 여야가 예산을 놓고 나눠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투명국회라는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예결위원을 의원들이 돌아가며 1년 간 맡는 시스템도 문제다. 전문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예결위원을 선정, 지역 챙기기에만 골몰하게 되니 예산 심사가 잘 될 리 없다. 예산안 심사가 주 목적인 정기국회에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의 의사일정이 줄줄이 있는 것 역시 예산 심사 기간을 줄이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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