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날의 회한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나를 다독이는, 일년 중 가장 진지해지는 시기. 마음은 겨울 바다로 향한다.
저무는 해를 보며 회한을 삭이고 떠오르는 태양에 꿈을 빌어보는 여행길. 살을 에는 겨울바다의 바람이 매섭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김없이 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바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12월의 일출, 일몰 바다 여행과 함께 즐길 만한 온천들을 소개한다.
■ 안면도와 오션캐슬, 스파캐슬, 파라다이스 스파도고
충남 태안의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태안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인 안면반도를 조선 인조 때 세곡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인공 운하를 만들면서 섬이 됐고 1970년대에 교량이 건설되면서 다시 육지와 연결됐다. 안면도의 가장 유명한 바닷가는 역시 꽃지 해안이다.
이 해안의 백사장 북쪽 끝에는 할미 할아비 바위로 불리는 두 개의 봉우리가 바다에 우뚝 솟아 있다. 꽃지라는 예쁜 이름은 모래밭 가에 붉은 해당화 등 꽃이 많아 지어졌다고 한다.
가는 모래로 단단히 다져진 백사장은 발이 빠지지 않아 마냥 거닐기에 좋다. 일몰 직후 말간 해안에 파스텔톤으로 퍼지는 붉고 영롱한 잔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꽃지 해변에 오션캐슬이 있다. 이곳 아쿠아월드의 노천 선셋스파는 비롯 온천수는 아니지만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오션캐슬의 스파는 유황해수사우나와 노천 선셋스파, 파라디움으로 구성돼있다. 유황해수사우나에서 가볍게 몸을 씻고 찬바람 부는 노천선셋스파로 나와 일단 온탕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소나무 향 그윽한 홍송탕을 거쳐 몸이 데워졌으면 넓은 바데풀에서 물 맛사지를 맞아 보자. 어깨를 풀어 주는 넥샤워, 워킹 마사지 등 신체 부문별 다양한 맛사지를 받을 수 있다. 노천선셋스파 요금은 대인 1만8,000원, 소인 1만3,000원. www.oceancastle.com (041)671-7000
충남 예산군에 있는 덕산의 온천수는 어머니의 젖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서 '지구유(地球乳)'라고 불린다. 상처입은 학이 부리로 물을 찍어 바르니 다 나았다는, 가야산 수덕산 줄기에 자리한 유명한 온천이다.
덕산 온천 단지에서 가장 큰 시설은 덕산 스파캐슬이다. 전 업장에 49도의 온천수가 공급된다. 실내 스파 한가운데 있는 바데풀은 유럽식 물 치료 시스템으로 11가지 26종의 수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노천에서는 한국식 정원으로 꾸며 놓은 해미원과 음악을 테마로 한 오감원에서 다양한 탕을 옮겨 다니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물 미끄럼틀 등 각종 물놀이 시설은 뜨끈한 온천수 덕에 눈 내리는 한겨울에도 즐길 수 있다.
겨울 성수기는 성인 4만8000원, 소인 3만원, 오후 5시 이후 입장하면 성인 2만8,800원, 소인 1만8,000원이다. www.spacastle.com (041) 330-8000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시 도고에 올 여름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가 새로 문을 열었다. 총 2만5,000m² 규모에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야외온천풀과 유수풀, 키즈풀 등 다양한 놀이시설과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고 온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용 요금은 19일까지는 주말 2만8,000원, 주중 2만3,000원이고, 20일부터는 주중 2만8,000원, 주말 3만원 선으로 오를 예정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31일까지 온천 스파패키지를 선보인다. 주중 2만9,000원, 주말 3만9,000원으로 온천 물놀이와 얼굴 미용 마사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www.paradisespa.co.kr (041)537-7100
■ 함평 돌머리해수욕장과 함평 해수찜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돌머리 해수욕장은 이름 못지않게 재미있고 예쁜 곳이다. 드넓은 갯벌이 이어진 해수욕장으로 수천평의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둑을 쌓아 만든 2,500여 평의 인공풀장.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심해 물놀이할 물을 가둬 놓은 것이다. 모래밭 위의 인공풀장은 통나무 기둥의 해변 무대, 초가 원두막 등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해제반도로 지는 석양이 이 인공풀장에 빨간 물감을 풀어낸다.
함평군 소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의 원조다. 해수탕 혹은 해수찜은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해수에 녹아 있는 각종 미네랄 등 이로운 성분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함평에서는 재래식으로 소나무 장작을 때서 달군 돌로 바닷물을 데워 그 물로 찜질을 한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돌은 유황이 많이 함유돼 있어 그 돌로 해수찜을 하면 신경통 산후통 관절염 피부병 등 만성질환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흥해수찜(061-322-9900),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주포해수약찜(322-9489) 등이 있다.
■ 강원 북부와 설악워터피아
굳이 낙산사나 정동진, 경포만 찾아갈 필요가 없다. 겨울바다의 대명사인 강원 속초 양양 강릉의 바닷가는 어느 곳에 서도 황홀한 해돋이를 맞을 수 있다.
설악워터피아는 설악산 자락에 있는 대규모 온천테마파크이다. 49도의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수가 하루 3,000톤이 솟아난다. 이곳의 노천온천에선 눈을 이고 있는 설악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에도 야외 온천 파도풀과 야외 노천 온천 물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033)635-7711
■ 삼척ㆍ울진ㆍ영덕의 바다와 덕구, 백암온천
강원 남부의 삼척이나 경북 울진 영덕 등의 바다도 강릉 속초의 바다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갯바위로 더 아기자기한 매력을 뽐낸다. 서울에서 좀 멀지만, 그만큼 한적하게 바다와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삼척에선 새천년도로의 해맞이공원이나 장호항, 민망한 남근들이 군락을 이룬 해신당 등을 추천할 만하고, 울진에선 죽변항이나 망향정, 월송정 등이 훌륭한 일출 포인트다.
'고래불로' '영덕대게로' 등으로 명명된 영덕의 해안길은 30km 내내 바다와 떨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해안길은 풍력 발전기가 이국적인 해맞이 공원을 지나,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까지 이어진다.
경북 울진 덕구온천은 죽변항과 그리 멀지 않은 응봉산 자락에 있다. 고려 말기인 600여년 전 사냥꾼에게 쫓기던 멧돼지가 이 물에 다친 몸을 씻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용출온천으로 유명하다. 온천 원수는 42도 정도. 온천을 즐기기에 적당해 끓이지도 식히지도 않고 자연 상태의 물을 공급한다.
온천장에서 온천원수가 나오는 덕구계곡까지 4㎞ 구간의 산책 코스도 빼놓지 말자. 산책로를 따라 금문교(미국), 노르망디교(프랑스), 하버교(호주) 등 세계 유명 교량을 본뜬 국내 최고의 미니어처다리공원이 조성돼 있다. www.spa-world.co.kr (054)782-0677.
울진의 북쪽에 덕구온천이 있다면 남쪽에는 백암온천이 있다. 염화칼륨, 수산화나트륨, 수산화마그네슘, 중탄산철 등을 함유하고 있는 유황온천으로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197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됨에 따라 종합 온천장으로서 각종 시설을 갖추게 됐다. 백암관광호텔(054-787-3500), 성류파크호텔(787-3711), 스프링스호텔(787-3771), 피닉스(787-3044), 고려온천호텔(787-3191), 한화리조트(787-7001), 태백장모텔(787-3881) 등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가깝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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