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에게서 자식 얘기를 듣게 된다. 저토록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선배의 아들딸도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니. 세상의 거의 모든 부모는, 특히 한국의 부모는 자식을 끔찍이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소년들은 예외없이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낸다. "안 힘든 청소년도 있나?"다. 대학을 향한 혹독한 공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청소년기 자체가 힘겨운 것인가보다.
나도 청소년기 때 부모님 속 어지간히 긁었다. 부모님을 안 괴롭힌 친구가 있었던가? 부모님 관점에서는 서글픈 일이다. 자식이란게 좀 키웠다 싶으니,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한없이 고통스러워 하다가, "진심으로 고맙고 죄송해요!" 같은 말을 할 만큼 철이 들면 끝없이 멀어져간다. 스무살만 넘어가도 일년에 몇 번 못 보는 사이가 된다.
결혼을 못해도 걱정이지만 결혼을 하면 저게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 배우자 사정만 보고! 아이가 벌써부터 고집 부리는 걸 보니, 녀석의 청소년기를 견뎌야 할 일이 암담하다. 그리고 부모님께 청소년기 때 속 무던히 썩혀드린 게 새삼스레 죄송해진다. 또 아이와 좀더 친한 사이가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친하면, 힘겨운 청소년기 때 아빠를 친구로 착각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믿어보는 거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