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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 가지라도 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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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 가지라도 잘하면"

입력
2008.12.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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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내각을 능력의 유무로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유능한 대통령이 이끄는 유능한 내각, 유능한 대통령이 이끄는 무능한 내각, 무능한 대통령과 유능한 내각, 그리고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한 내각이 그것이다.

대통령과 내각이 다 같이 유능하면 사회가 발전한다. 대통령이 유능하고 내각이 불민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는 이론상 가능하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능한 대통령이 무능한 내각을 구성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무능한 정부에서 자주 발생한다. 무능한 대통령은 능력 있는 내각의 보좌를 받더라도 사회가 제자리 걸음을 한다. 그러다가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한 내각이 만나면 전쟁이나 외환위기와 같은 재앙을 맞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조합은 어디에 해당할까? 아직 집권 1년차인 만큼 판정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다만 국민이 체감하는 이명박 정부의 능력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개각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역시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인사 관행을 살펴보면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은 DNA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인사도 그 스타일로 볼 때 국민이나 정치권의 요구와는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대통령 사이의 인사 갈등이 지속되면 장관들은 정치권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면 유능한 장관도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 이런 처지에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일까? 부처별로 중요한 일 하나를 골라 거기 집중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원활하게 만들고, 국토해양부는 건설업 회생에 완벽을 기하면 된다. 지식경제부는 기업 투자를 확실히 이끌어내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유해식품을 근절시키면 된다. 노동부는 노사분규를 예방하고, 환경부는 일기예보 정확도를 높이면 된다.

외교통상부는 독도를 확실히 지켜내고, 통일부는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면 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생 취업률을 올리면 된다. 국방부는 안보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질 문화 콘텐츠를 추방하면 된다. 법무부는 법이 확실히 지켜지도록 하고, 행정안전부는 토호들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지방정부를 관리하면 된다.

잭 웰치를 세계적 경영자로 만든 것은 공룡기업 GE그룹을 맡아 도입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그는 진출한 업종에서 1위와 2위 기업만을 남겨두고 3위 밖의 기업은 매각 또는 청산해 회사의 자원을 중요한 곳에 집중시켰다. 이제 선택과 집중은 삼척동자도 아는 국민 상식이다.

심지어 영화 <주유소습격사건> 의 불량배도 "나는 한 놈만 팬다"고 선택과 집중을 각인시킬 정도다. 우리 내각은 정말 중요한 일 한 가지씩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한꺼번에 많은 일을 잘 하기는 어렵다.

어느 부처라도 좋으니 한 가지라도 잘해내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한 가지 일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그때 다른 일로 확대해도 늦지 않다. 국민의 신뢰만큼 이 정부에 필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시절은 수상한데 과욕을 부려 많은 일에 힘을 분산시키면 재앙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서재경 SPR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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