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도는 힘을 억제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남성 호르몬을 발산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15세 소년이 경찰 총에 사망한 것을 계기로 닷새 넘게 전국을 마비시키고 있는 그리스의 시위가 목적이 분명치 않다며 이같이 표현했다. 뚜렷한 목적도,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절망적 몸부림이 그리스를 무정부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진압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돌격하기 보다는 멀찌감치 떨어져 돌만 던질 뿐 주변 상가 약탈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경찰에 몰려오면 거리를 적당히 둔 채 순순히 물러서서 대치상태에 들어간다. 경찰 역시 간간이 최루탄을 던지며 시위대를 분산시키지만 적극적으로 체포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23세의 한 청년은 "우리는 전혀 다른 국가, 새로운 사회를 원한다"며 "이것이 시위의 목적이며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고급 자동차에 화염병 세례를 퍼붓는 것으로 어떻게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느냐는 반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더 큰 비극은 젊은이들의 맹목적 과격시위에 대해 대다수 그리스 국민이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두판매원이자 사회주의 지지자라고 밝힌 아테네 시민 테오(62)씨는 "그리스 역사상 현 정부보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어떤 변화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엉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목적 시위대와 무능하고 태만한 정부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상인 등 서민이다. 시위대가 약탈한 아테네 시가지 점포 주인들은 "경찰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며 "재기할 최소한의 재산마저 모두 잃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슈피겔은 "그리스 시위대는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가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닷새 이상 계속된 시위로 아테네 국제공항은 결항이 속출하고 국가 주요 수입원인 관광사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아테네 시내은행과 학교, 병원 등이 모두 문을 닫았으며 시내버스와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아테네 무역협회는 이번 사태로 인한 무역손실액이 10억유로(약 1조7,55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리스 정부는 시위 도중 사망한 소년에게 총을 쏜 경찰 두 명을 살인과 살인 공범혐의로 구속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또 시위로 피해를 본 상공인을 돕기 위해 직접 재정 지원, 15년 대출, 채무기간 연장 등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리스 양대 노조가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과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총파업에 나서는 등 반정부 시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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