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고, 배워야 할 대상이면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은 제 존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유명 작가들이지만 오랫동안 '누구의 아들'로 호명됐던 이들에게 '아버지'만큼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을까?
계간 '대산문화' 겨울호가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아들인 시인 황동규(70)씨와 역사학자 이기백(1924~2004)의 장남인 소설가 이인성(55)씨가 털어놓은,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게재했다.
황동규씨는 '아버지'라는 글에서 "아버지가 타계하시고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선친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문학을 한다면 둘 사이에 체험 쟁탈전이 어떤 형태로든 생기게 마련"이라며 "적어도 받은 것만큼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쓴 흔적이 눈에 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와 공유하고 있는 문학적 유산으로 "추상명사를 피하라, 불가능할 때까지 추고해라" 등을 꼽으면서 "아버지는 일체 잡문이나 산문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잡문집'을 다섯 권이나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인성씨는 '아버지의 유서'라는 글에서 '내 무덤 앞의 작은 돌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넣었으면 좋겠다. 민족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믿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로 맺음하는 아버지의 유서를 공개했다. 그는 "어쩌면 이런 식의 유서를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유서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러고 보면 나는 20세기 지식인의 한 표본 곁에서 성장한 셈인데, 그 과정은 한편으로 혹독한 훈련이었고 한편으론 처절한 도전이 아니었는가 싶다"며 "어쩌면 나는 아버지가 추구해온 그 이성적 진리라는 것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기 위해 문학에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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