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쟁점 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밤 늦게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12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에는 실력 저지하겠다"고 맞서 국회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12일 오전 원내대표회담을 열고 일괄 타결에 나서기로 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상적으로 예산이 처리되려면 예결위에선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고, 법사위에선 예산부수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이날 두 군데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였다.
예결위는 10일 저녁 법에도 없는 소소위(小小委)를 구성,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보려 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쟁점은 감액 규모였다. 한나라당의'삭감 규모 5,000억원 이하' 주장에 민주당은 "적어도 1조원은 삭감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한구 위원장은 "SOC 예산 5,000억원 이하 삭감은 소소위를 구성하면서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25조원에 달하는 SOC예산안에서 5,000억원 이하로 깎으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정상적 예산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발했다.
종일 예결위가 제자리 걸음만 하자 저녁 무렵 여야 지도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쟁점 사항에 대한 일괄 타결을 시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결국 여야는 원내대표 회담과 의원총회를 거듭한 끝에 각각 6,000억원과 8,000억원의 SOC예산 삭감 규모를 제시, 간극을 줄였다. 하지만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했고 "내일 한 차례 더 회담을 갖자"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예산 부수법안인 16개 감세 법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겨야 하는 법사위도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실력 저지로 종일 헛바퀴만 돌았다. 결국 감세법안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1차 심사기일로 지정한 이날 자정까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자정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이후 직권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심사기일을 12일 낮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민노당은 12일 오전 전체회의에 대비, 이날 밤 법사위 전체 회의실을 재점거,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민노당 강기갑 대표 등 소속 의원 5명과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앞둔 법사위 회의장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1시간 반 가까이 회의장을 점거했고, 결국 이견이 없는 법만 우선 처리한다는 유 위원장의 약속을 받고 점거를 풀었다. 법사위는 일단 안건으로 올라온 47개 법안 중 감세 법안을 제외한 29개 법안만 의결, 본회의로 넘겼다.
한나라당은 민노당의 점거에 "집주인이 집을 못 지킨 꼴(박민식 의원)"이라며 감세 법안을 빨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노당을 설득해 처리하도록 해 보자"고 맞섰다.
이에 앞서 여야는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려두는 등 일전불사 태세를 갖췄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2일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국회의장의 대국민 약속"이라며 "사소한 SOC 문제로 심사가 지연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야당이 엉터리로 급조된 예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예산을 방치한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172석 의석수만 믿고 오만하게 예산을 처리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식 기자
진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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