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꽤나 하는 투자자들은 최근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국내증시와 미국 증시가 왜 따로 움직이는 것인지, 둘째 이제 정말 바닥은 탈출한 것인지.
확실히 이 달 들어 국내 증시가 오랜 경험이나 주워들은 상식과는 조금 달리 움직이고 있다.
뉴욕 증시 따라갔다간 큰 코 닥친다?
주식에 문외한이라도 출근길 라디오에서 '전날 뉴욕 증시 하락' 뉴스를 들으면 대충 감(우리도 떨어지겠군)을 잡았고, 이는 거의 맞았다. 우리 증시가 유독 뉴욕 증시의 흐름을 뒤쫓는 현상(커플링ㆍCoupling) 때문에 생긴 '뉴욕 증시를 보면 국내 증시가 보인다'는 속설은 실제 매매에도 활용되곤 했다.
그런데 12월엔 적중 확률이 40%도 안 된다. 8거래일 중 5번이나 뉴욕 증시와 반대로 움직였다. 1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뉴욕 증시는 2%대 하락을 했지만 우리는 3.62%(코스피)나 올랐다. 지난해 94.08%에 이르던 상관관계(동조화)가 최근 보름새 47%까지 낮아졌다는 보고서(동부증권)도 있다. 며칠의 현상만 놓고 보면 '탈동조화'(디커플링ㆍDecoupling) 얘기가 절로 나올 법하다.
탈동조화를 옹호하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최근 장세는 뉴욕 증시를 추종하는 외국인 대신 개인이 주도(매매비중 60%이상)하고 있고, 전날 미국보다 당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향방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관이 뉴욕 증시의 선물거래 흐름을 쫓다 보니 우리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착시까지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수출, 그것도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미국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 사실 우리 증시는 올해 3월과 10월에도 뉴욕 증시와 어긋나는 모습이 지엽적으로 목격되곤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관성이 없는 개인 수급은 탈동조화 근거로 맞지않고, 기관이 미국의 선물가격을 보고 대응한다는 것도 결국엔 동조화로 볼 수 있다"며 "틈새 장세에서 잠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미국과 한국 증시가 결별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와 미국 증시의 어긋난 행보를 추세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바닥은 이미 지났다?
지난달 말만해도 시장에선 올해 '산타 랠리(연말 지수상승)'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코스피지수는 이 달 초순에만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어느새 1,100을 넘어 1,200을 바라보고 있다. 800~90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유동성기대 랠리'라고 부른다. 대부분 증권사가 내년 하반기에나 '유동성 랠리'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유동성 '기대' 랠리는 뭘까. 추세 반전은 시기적으로 이르지만 요즘의 대내외 여건이 유동성 랠리가 올 것이라는 바람을 심어주기엔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수전망은 연말까지 대체로 1,200~1,300선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미국이 썩 나쁜 분위기가 아니고, 우리 증시의 낙폭이 큰 상황에서 정부정책 및 금리인하 기대, 드러나는 기업 구조조정의 윤곽, 한풀 꺾인 신용위기, 투자심리 완화 등이 장을 끄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정책은 미래고, 경기악화는 눈앞의 현실이라 근본적인 추세전환은 아닌 것 같고, 다만 연말까지 1,200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미국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인데 우리는 이를 미리 반영하고 있고, 외국인이 우리를 비롯해 신흥시장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증거라 연말까지 1,300도 내다볼 수 있고, 유동성 랠리가 예상보다 일찍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켜볼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이 달 들어 나날이 매수 강도(8일 1,179억원→9일 2,005억원→10일 3,393억원)를 높이며 순매수(5,000억원대)로 전환한 외국인(유가증권시장 기준)의 행보가 '일과성이냐, 일관성이냐'를 눈여겨봐야 한다. 아울러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가 좁혀지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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