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동안 비껴있던 이 의원을 다시 불러세운 것은 한나라당 의원 성향분석 문건을 국회 본회장에서 들여다 보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야당은 "한나라당 위에 형님 있고 국회 위에 형님 있다"며 그를 '빅 브라더'로 몰아세웠다.
10일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형이다 보니 부나비들이 붙는다. 정보를 제공하고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청와대 수석실에서 잘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나비'는 누구고, 이 의원 주변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를 둘러싼 대표적 의혹은 인사, 정책 등 여권 내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원로의 조언 수준을 넘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여권 지도부 구성, 장관과 기관장 인선에서 그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인사 개입설은 정부 출범 때부터 나왔다. 이 의원 방에 이력서가 쌓였고 그를 만나려는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누가 조사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렇게 해명했다. "정부 출범 초기, 이 의원은 대선 때 도와준 사람들을 잠도 안 자고 만나고 다녔다.
이들을 다독이는 게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몇몇이 자리를 맡으면서 인사 개입설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당내 불화가 의혹을 키운 측면도 있다. 그는 총선 직전 '55인 항명파동'을 시작으로 친이 내 여러 계파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했다. 특히 정두언 의원이 "이 의원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 루머의 출처를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당내, 그것도 친이쪽이 소스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쨌든 각종 소문은 이 의원을 비공식 권력의 정점에 세워 놓았고, '부나비'가 달려들 환경을 만들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권력을 잡으면 대선에 기여했다는 사람들, 모르던 고향 사람까지 헤아릴 수 없이 달려든다. 이력서에 문건, 돈까지 들고 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국 이 의원이다. 이들을 걸러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역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 의원은 나름대로 '훈련'을 받았다는 평가다.
이날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으로 출국한 이 의원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냐"며 "금융계에 그런 문건이 수두룩하다. 비밀문건 같으면 주의를 했지, (본회의장에서) 봤겠느냐"고 했다.
그는 '당 의사결정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 질문에는 "개입이라니, 국회의원이 말도 못하냐"며 역정도 냈다.
이 의원은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이런 의혹과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이 대통령 형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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