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3)씨는 29일로 예정된 피부미용 기능사 시험의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올해 초 중학생 두 자녀의 교육비 문제로 고민하던 차에 취업의 수단으로 국가자격시험 도전을 택했다.
경기 지역의 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개월간 해당 과정을 수료한 뒤 10월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얼마 전 실기테스트까지 치렀다.
그 동안 민간협회에서 발급했던 피부미용사 자격증이 올해부터 국가 공인 기능사 자격증으로 바뀌면서 피부관리실뿐 아니라 특수목적고와 산후조리원 부속실, 체형관리실 등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국가가 주관하는 기능사 시험에서 최고 합격률을 기록한 직업군은 김씨와 같은 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8년도 제4회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시험(103종목)에 응시한 10만5,000여명을 8개 직업으로 나눠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주부의 합격률이 69.9%로 가장 높았다고 9일 밝혔다.
국가기술자격시험 접수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주부들의 기능사 시험 합격률이 높은 것은 1차적으로 미용사(피부), 화훼장식기능사 등 이들이 주로 응시하는 종목들이 다른 산업 분야 기능사 시험보다 쉬운 편이어서 자격증 취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출산, 육아 등으로 고용시장을 떠난 주부들이 다시 취업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 통로로 자격증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합격률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공단 최용일 동향분석팀 차장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가기술 자격증에 응시하는 주부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적이 있다"며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청년층에 비해 취업 시장에서 열세에 놓인 주부들이 기능사 도전을 통해 객관적인 능력을 검증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별 응시인원은 남성 응시자가 전체의 73.9%를 차지해 여성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합격률은 여성(58.8%)이 남성 수험자(44.2%)를 압도했다.
주부에 이어 직업별 합격률은 무직(63.7%), 공무원(61.1%), 자영업(52.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학생은 8개 직업군 중 가장 낮은 40.5%의 합격률을 보여 전체 평균(48.1%)에도 훨씬 못미쳤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7.7%로 최고 합격률을 기록했으며 40대가 56.2%로 뒤를 이었다. 20대는 50대(49.4%)보다 1.7%포인트 높은 51.1%의 합격률에 그쳤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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