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한 것은 공직사회가 앞장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뛰라는 독려의 의미다. 기업을 지원하는 선제적 행정조치에 대해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해묵은 복지부동까지 봐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설명하면서 "손실 위험이 없는 곳에만 유동성을 지원하면 할 곳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를 질타한 것으로 이 제도의 키워드였다.
공무원의 월권, 부조리를 찾아내는 감사원이 거꾸로 면책제도를 제시한 것은 경제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시중의 자금경색이 공직사회의 몸사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 채권단을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토록 하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고, 오히려 대출창구의 문턱은 더 높아져 자금을 구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거의 아사직전에 놓여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독려했지만,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시큰둥한 반응만 나왔다. 감사원의 이번 조치는 바로 '일 하고 벌 받는' 구조를 깨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의욕은 좋은데 설익은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감사원은 면책 기준으로 타당성, 시급성, 클린핸드의 3가지를 제시했지만 정교한 세부기준이 없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애매한 구석이 많다. 가령, 일선 공무원이 급행료를 받고 공장준공 승인을 서둘러 내준 뒤 면책사유를 내세워 항변할 수도 있다.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성과만 올린 뒤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우려도 크다. 특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의 경우 구체적인 처벌요건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당사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실 이번 조치는 감사원이 자초한 '원죄'에 대한 반성의 측면도 있다. 감사원은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에 대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책임을 물었지만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났고, 이후 공무원들은 기업 구조조정 등 결과가 불확실한 선제적 업무를 회피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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