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에 소환돼 15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일부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세법을 잘 몰랐다"며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나 그 밖의 의혹들에 대해선 "인정할 게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밤 11시5분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선 박 회장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머뭇거리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홍콩법인 APC 배당이익 소득세 200억여원 탈루 의혹에 대해서는 "홍콩법인 인정한다"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 박 회장 측은 나중에 "법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지 세금 탈루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회장은 또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등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인정할 것도 없고, 정상대로 했다. 다른 의혹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박연차 리스트' 질문이 이어지자, 아무 말 없이 차량에 올라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이날 오전 8시께 대검에 출두한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출석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박 회장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하루 이틀 먼저 검찰에 나오는 바람에 취재진을 멀찍이 따돌릴 수 있었다.
박 회장은 검찰 소환통보를 받자마자 상경해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잔 뒤 검찰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앞서 박 회장은 박정식 중수2과장과 10여분 가량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눈 뒤 1123호 조사실로 향했다. 수감 중인 노씨도 이날 불려와 같은 층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박 회장과의 만남은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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