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존엄사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존엄사에 대해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필자는 이런 이슈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재활의학이 전공이다. 그러나 신경근육계질환재활과 호흡재활이 전문분야라 존엄사와 안락사를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다.
진행성 근력 약화를 보이는 근육병이나 루게릭병, 척수성 근위축증 등 희귀ㆍ난치성 신경근육계 환자는 말기가 되면 호흡 근력이 약해져 인공호흡기를 대부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는 의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이번 법원의 존엄사 판결처럼 윤리ㆍ경제적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가 많다.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시점에서 환자는 물론 보호자, 의료인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 신경근육계 환자는 의식없는 상태에서 생명만 유지하는 식물인간 상태와 달리 의식과 판단력이 있으므로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는 이번 법원의 존엄사 판결보다 더 많은 사회적 논란이 된다.
수 많은 의료인은 인공호흡기로 수명 연장하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이를 직접 사용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의 생각은 다르다. 환자의 90%가 호흡기 사용에 긍정적이다. 게다가 호흡기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다시 생겨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진행성 근디스트로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인공호흡기 사용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대부분의 환자는 호흡기를 사용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의료진과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긍정적 태도를 가졌다.
이런 연구 결과는 환자의 삶에 대한 가치 기준을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일방적으로 추측해 단정하는 것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의료진의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이 자신의 선입관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이나 향후 치료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 환자나 보호자의 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개개인마다 가치기준이나 주변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특정 연구 결과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의료인이 아무런 기준없이 신경근육계 질환자의 삶의 만족도와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애를 극복해주는 의료기기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 삶에 장애이었던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의료진은 이를 고려해 환자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선입관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있는지 자신에게 항상 되물어야 한다.
법원의 존엄사 판결이 나자 이 참에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법을 만든다고 해서 어느 정도까지 존엄사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까? 법이 제정된다면 쾌도난마의 솔로몬의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를 합리화하는데 잘못 이용되지 않을까.
존엄사에 대해 앞으로도 명확한 해법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호자와 의료진이 환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인간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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