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낯익은 소년을 만났다. 4학년이라고 했었다. 배드민턴과 야구를 함께 했던 아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는 아파트단지, 하지만 어린이들 만나기가 어렵다. 어쩌다 만난 아이들도 연신 시계를 보고 있다가 얼마 놀지도 않은 것 같은데 황급히 학원인지 집인지로 뛰어간다. 고집불통이며 말버릇도 안 좋은 내 아이에게 친형처럼 놀아줘서 고맙게 생각하던 소년이었다.
소년이 인사하기에 "요새는 잘 안 보이네?" 했다. 소년이 한숨 쉬듯 대답했다. "바빠서요." "학원 다니느라고?" "예. 요샌 기말고사 준비하느라고 정신없어요." "그래, 힘들겠다." 그런데 소년이 문득 뇌까린다.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열두 살 먹은 소년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말인지라,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요!"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지만, 참 낯설게 들렸다.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 허허 웃고 말았는데, 소년이 먼저 내리면서 못을 박듯 한다. "정말이지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소년이 엄살 부리는 것만 같지는 않다. 얼마나 놀 짬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 저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까. 어린이들은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바쁜 거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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