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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 '진검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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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 '진검 승부'

입력
2008.12.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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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좌우할 차세대 핵심 기술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었다. 삼성전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LG전자는 '롱텀에볼루션(LTE)'이라는 서로 다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불꽃 튀는 경쟁에 나선 것이다. 와이브로와 LTE 모두 60㎞ 이상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100Mbps 고속으로 각종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LG전자는 9일 경기 안양시 이동통신기술연구소에서 4세대(G) 이동통신 기술인 LTE를 이용할 수 있는 통신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LTE 통신 칩은 이동하면서 각종 자료를 최고 100Mbps 속도로 내려받고 50Mbps 속도로 보낼 수 있다. 700MB 용량의 영화 파일을 1분이면 내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 고화질(HD) 영화 4편을 한 화면에 동시 재생하면서도 끊김 없는 자연스런 영상통화가 가능했다. 통신 칩의 크기도 가로 세로 각각 13㎜로 1원짜리 동전보다 작아 휴대폰, 노트북용 모뎀 등으로 제품화가 가능하다. 백우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ㆍ사장)는 "2004년 말부터 3년간 연 인원 250여명을 투입해 300여건의 LTE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며 "2010년 상용화를 겨냥해 노트북에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LTE용 모뎀을 개발 중이며 2011년께 LTE 휴대폰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LTE 사업의 본격 확대를 선언한 것이다.

앞서 와이브로를 개발한 삼성전자도 10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와이브로에서 진일보한 '와이브로 에볼루션'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이동하면서 149Mbps 속도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어 LTE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 못지않다. 특히 와이브로는 미국 클리어와이어, 국내 KT 등에서 이미 상용서비스에 들어가, LTE보다 한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시장 진입은 와이브로가 빨랐지만, 세 확산은 LTE가 유리한 상황이다. 와이브로의 경우 통신업체들이 서비스를 하려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통신망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LTE는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업체라면 기존 통신망에 장비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 작업만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만큼 통신업체 입장에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85%는 WCDMA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업그레이드만으로 4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의 버라이즌, 유럽 보다폰, 일본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대형 이통사들이 LTE를 4세대 이통 기술로 선택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기존 이통사들은 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LTE를 선택할 것"이라며 "당연히 틈새 시장으로 남는 와이브로와 달리, LTE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이브로를 틈새 시장으로 보는 이유는 신규 통신업체들을 겨냥한 서비스라는 뜻이다. 아직까지 무선통신을 시작하지 않은 유선통신업체나 새로 이동통신을 시작하려는 업체의 경우 어차피 통신망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 현재 3세대보다 아예 4세대인 와이브로로 앞서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이미 와이브로용 휴대폰을 개발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30여개국 50여개 통신업체가 와이브로 서비스 도입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라며 "내년에 러시아 등 일부 업체들은 와이브로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기존 이동통신 업체들은 LTE로, 신규 업체들은 와이브로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한쪽이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존한다는 관점이다. 물론 시장 점유율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가 LTE보다 상용화에 앞선 만큼 유리하다는 입장이고, LG전자는 기존 대형 이통사들이 투자비용이 적은 LTE를 선택한 만큼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 사의 기술 다툼 이면에는 서로 상대방 기술을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 싸움도 자리잡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떻게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와이브로 기술을 쓸 수 있겠느냐"며 "4G 통신 기술 싸움은 양 사의 경쟁 심리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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