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9일로 100일간의 회기를 마쳤다. 10년만의 정권교체 후 맞이하는 첫 정기국회인 만큼 "할 일도 많고 싸울 일도 많을 것"이란 게 당초 전망이었다.
하지만 싸움은 적잖았던 것 같은데 할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게 정기국회 문을 닫으면서 내려진 평가다. '평균 이하' 다. "100일간 허송 세월 했다"는 가혹한 평가도 나온다. 경제 위기가 가시화하는데 국회는 최소한의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각론을 들여다보면 더 한심하다. 특히 법안 처리 성적은 낙제점이다. 정기국회 기간 제출된 법안 건수는 총 2,086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본회의에서 통과된 건수는 17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여야 의원 공동발의로 처리된 양벌 규정 관련 법안 69건을 포함, 96건은 정기국회가 문닫기 하루 전인 8일 '벼락치기'로 처리됐다. 경제ㆍ민생 법안은 손도 대지 못했다.
예산안은 올해도 어김없이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일단 12일에 여야 합의 처리키로 했다지만 이마저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의 진상을 파헤치겠다며 시작된 쌀직불금 국조도 여야간 힘겨루기 속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공회전 중이다.
첫 국정감사도 야당다운 견제를 하지 못한 야당과 야당 티를 벗지 못한 여당의 정쟁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상대 탓할 필요 없다. 여야 모두에게 골고루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은 172석 거대여당으로서 덩칫값을 제대로 못했다. 거대 의석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정반대 목소리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의원들은 모래알이었고 지도부는 조율을 해내지 못했다.
민주당도 자중지란의 연속이었다. 당내 노선 투쟁 속에 지도부가 갈팡질팡했다. 원혜영 원내대표가 여당과 합의했다고 들고 온 내용이 당 강경파들 때문에 뒤집힌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안야당이 아니라 구태 야당의 모습만 실컷 보여 줬다는 평가다. 자유선진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했지만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 창조한국당과 엇박자를 보였고 어부지리에만 탐닉했다.
여야는 10일부터 30일 간 임시국회를 열어 정기국회에서 못한 예산안과 경제ㆍ민생법안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쟁점법안을 둘러싼 입장차가 워낙 커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경제살리기 국회' '생산적 민생 국회'의 구호가 또 다시 허언이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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