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이 악화할 내년에는 업체별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춰 살아 남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내년엔 삼성 만 바라보지 말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라"며 '독자 생존'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급속히 나빠지는 경영 환경에 대비해 사업구조 개편과 제품 차별화, 불황기 소비패턴 활용 등 생존전략 마련에 나섰다.
'위기를 기회로', 사업구조 개편
불황기일수록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신사업 진출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조선 업체들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조선업에서 탈피, 정부의 신(新)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책을 등에 업고 풍력발전설비 등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풍력발전설비 실무 추진팀을 꾸렸다.
풍력발전설비의 핵심 장치인 블레이드(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와 선박 프로펠러에 쓰이는 기술이 비슷한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전북 군장국가산업단지와 충북 음성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설비 및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각각 완공했다.
'튀어야 산다', 제품 차별화 전략
불황에도 친환경 제품이나 개성이 톡톡 튀는 디자인을 갖춘 제품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특히 불필요한 기능을 줄여 값을 낮춘 '디버전스(본래 기능에만 충실)' 제품이 소비 패턴의 주류를 이룬다.
효성은 친환경 이미지와 수익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석유화학 및 화섬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제품 재활용과 신공정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춘 고수익 차별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낡은 어망을 회수해 환경 친화적 공정으로 만든 '마이판 리젠'이 대표적이다. '디버전스'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1만원 대 MP3 플레이어가 한 달에 3,000개씩 팔리고 있다. 음악 재생 기능만 갖춘 저가 제품이지만, 깜찍한 디자인으로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양수겸장', 불황기 소비패턴 활용
불황기에는 '가치 소비적' 경향이 뚜렷하다. 일상 용품은 저가품을 사는 대신, 패션이나 취미, 기호품은 고가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저가 위주의 제품 구성 탓에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최근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인수, 프리미엄급 초콜릿 제조라인을 확보했다. 명품 초콜릿 길리안의 해외시장 판로 확대와 인지도 제고를 통해 불황 타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위기 의식이 팽배한 의류업계도 '양수겸장' 전략에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중저가 브랜드 '망고'와 미국의 고가 진 브랜드 '세븐진'을 도입키로 했다. 김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 타개를 위해선 저수익 생산라인을 축소하되, 전략적으로 투자를 늘릴 부분을 찾아야 한다"며 "단순한 인력 감축이나 마케팅비 절감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기업 체질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정 개선 및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재편이 포스트 불황기를 대비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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