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 많고 탈 많은 농협을 다시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놓기로 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 제한과 같이 농협측이 강력히 저항해온 사안을 포함해 이참에 "근본부터 바꾸겠다"고 단단히 각오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농협 모두 여론에 떠밀려 가는 모양새라서, 정부부터 개혁의 의지를 확실히 다잡지 않으면 또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일 "농협 개혁이 미흡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농협 개혁을 근본부터 추진하기로 했다"며 "경제사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 중이지만 이를 유보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9일 농협 및 농민단체, 학계, 금융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여기서 연내 개혁방안을 만들어 내년 2월께 국회에 농협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혁위는 농협 개혁과 관련한 법 개정 사안들을 전면 검토할 계획이나, 주로 중앙회장의 인사권 등 지배구조 문제와 영세한 일선 조합의 구조조정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특히 9월 입법예고안에 포함했다가 제외한 인사추천위원회 제도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 등 농협 개혁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현재 중앙회장이 사실상 단독 추천하는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감사 등 주요 임원의 인사권을 인사추천위원회로 넘기는 방안을 법적으로 못박아, '비상근 명예직' 농협 회장이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여지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191개에 달하는 일선 조합 중에서 부실한 영세 조합의 퇴출에 가속을 붙이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회장의 인사권 제한을 극력 반대했던 농협도 한발 물러섰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이날 정례조회에서 "회장이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회장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회장의 기득권을 포함해 백지 상태에서 개혁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회장의 인사권 제한까지도 수용할 뜻을 시사했다.
농협은 또 농협유통 등 4개 유통자회사를 통합하고 증권, 선물, 자산 운용 등 3개 금융자회사의 통합 또는 수직계열화하는 등 현행 25개의 자회사 중 9개사를 퇴출하고, 자회사 임원 숫자를 22% 줄이는 등의 자회사 구조조정 방안도 내놓았다.
정부와 농협이 전에 없이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구조조정 주문과 거센 비판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면피성 개혁 작업에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다. 농식품부는 "농협 문제는 이해 당사자가 많고 생산자 조직이다보니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며 "이번만큼은 농협에 강도 높은 개혁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는 특히 신용사업-경제사업의 분리를 앞당기는 등 농협의 근본적인 체제 변화에 대한 부분까지는 이번 법 개정에는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한계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가 농협의 저항에 휘둘릴 우려까지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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