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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인재 블랙홀' 유학생은 U턴…전문가도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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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인재 블랙홀' 유학생은 U턴…전문가도 노크

입력
2008.12.0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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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중국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굳이 미국 생활을 고집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군요."

중국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올해 초만 해도 미국 월스트리트의 AIG 본사에서 주식운용 업무를 맡았던 제프 루 민(40). 그는 올해 2월부터 중국 상하이(上海)의 뮤추얼펀드 회사 중국에셋매니지먼트에서 일하고 있다.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래 10여년간 치열하게 경쟁해 얻은 미국 생활 기반을 접은 것이다. 그는 "중국의 금융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월스트리트의 적지 않은 동료 중국인들이 귀국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인재를 스펀지처럼 빨아 들이고 있다. 유례가 드문 경제 성장, 임금을 비롯한 처우 개선 등에 힘입어 '지구촌 인재 공급기지'에서 '인재 블랙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중국사회과학원 등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으로 귀국한 해외의 중국 유학생이 4만5,451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2005년부터는 중국 유학생 중 3분의 1 이상이 귀국할 정도로 중국 유학생의 귀국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에서 해외 유학이 허용된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6만명이 해외 유학을 떠났으나 귀국자는 4분의 1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인재는 중국 국적에 한정되지 않는다.

WSJ은 국제 헤드헌팅사인 콘&페리 인터내셔널의 로버트 그랜디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해 "미국 기업의 현직 CEO들이 중국 기업에서 일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며 "이들이 제출하는 이력서가 올해초보다 6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에서 경영진으로 일하던 중국계 데이비드 리도 7월 중국 베이징의 투자은행(IB) 중국국제캐피털의 리스크 관리 최고책임자로 옮겼다. 국제금융계의 거물로 꼽히는 그가 중국으로 터전을 옮긴 것은 해외 인재의 중국 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국이 인재 블랙홀로 변신하는 것과 관련해 AP통신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금융과 경제는 쇠락하는 징후가 뚜렷하지만 중국 경제는 발전의 초기 단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이 해외 인재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미국 기업의 75~100%까지 상향 조정된 것도 해외 인재를 불러 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등 중국의 일부 국제도시에서는 영어만으로도 생활에 불편이 없고 교육과 생활 수준이 높아진 것도 요인이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금융 인재 빨아들이기는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까지 나서 미국의 월가와 영국 런던의 시티에서 인재 헌팅을 하고 있다. 금융 위기가 오히려 일시에 선진 금융 기법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하이 시당국은 이 달 말 미국의 뉴욕과 시카고, 영국 런던 등 선진국의 금융 중심지에 대표단을 파견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금융 전문가를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상하이 시당국은 지난달에도 주요 금융 기업 임원들로 대표단을 구성해 미 월스트리트에서 채용 설명회를 갖고 인재를 선발했다. WSJ는 "미국에서 일하는 상당수 중국인들이 인종적 편견 등 미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한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행렬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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