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연말 자본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게 됐다.
금융사들이 강도높은 건전성 개선작업에 나설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연말 자금시장은 대출금 회수와 신규대출중단, 채권 대량발행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더욱 경색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13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내년 1월말까지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요구했다”며 “이를 위해선 은행들이 11조원 가까이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말 현재 은행들의 기본자기자본 비율은 평균 8.28%선.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부 은행은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그 동안 후순위채 발행과 대출축소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왔으나, 이제는 기본자본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연말 배당을 줄이거나 증자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자본확충 요구수위를 높인 것은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금감원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과 같은 보완자본은 늦어도 5년 후에는 상환해야 하고 발행금리도 높은 임시자금 성격”이라며 “경제위기가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으므로 지금 체력을 비축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측은 “9% 기본자본비율 충족요구가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며 이를 못 맞췄다고 제재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미달 시 은행들은 시장신뢰하락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15개 생명ㆍ손해보험사에도 자본확충을 권고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현재 150%에 미달하고 있는 이들 9개 생명보험사와 6개 손해보험사에 보험사에 대해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가급적 1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할 세부이행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자본확충권고는 경제상황악화에도 불구, 금융기관들이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전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중은행들로선 건전성 요건충족을 위해 한편으론 대출을 더 줄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지주사의 회사채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만 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 대출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시중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어,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기업 아닌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빨아들이는 ‘돈맥 경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확대와 은행건전성 강화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며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건전성강화를 요구할 경우 단기적으로라도 시장경색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날 은행장 회의를 소집, 자기자본비율 확충방안으로 채권안정펀드를 통해 하이브리드채권을 인수해주도록 금융당국에 공식 건의했다.
● 은행 기본자기자본비율
위험가중자산(대출금)에 대한 기본자본(자본금과 이익적립금)의 비율. 대출 나간 규모에 비해 자기 자금이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적어도 8%는 넘어야 하며,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지표. 순자산에 대한 총부채(보험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의 비율로 표시된다. 150%가 넘어야 안정적으로 평가되며, 100% 밑으로 떨어지면 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한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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