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유통산업 부가가치 규모는 2010년이면 한국의 10배 규모인 920조원에 달할 것이다. 문화적 유사성과 지리적 근접성, 정치적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은 최선의 투자처이다."(심화섭 이마트 중국본부장)
# "중국은 글로벌 유통업자들이 격전 중인 세계 최대 시장이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내수 진작책을 내 놓고 있는 만큼, 우리 유통업체에겐 오히려 (시장 개척의)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백인수 롯데유통연구소장)
■ 중국, 여전히 세계 경제의 엔진
중국 이마트는 올 하반기 들어 할인율이 큰 전단상품(주로 생필품)의 매출 비중이 종전 20% 전후에서 최근 30% 이상으로 늘었다. 이마트로선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부동산 가격 추락과 주가 하락으로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하강,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도 크게 위축된 탓이다.
경쟁적인 다점포화 구축을 통해 중국 할인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까르푸, 월마트, 메트로 등 외자기업들도 올해 신규점 오픈을 아예 중단(메트로)하거나 지난해 대비 절반 혹은 3분의1로 축소(까르푸, 월마트) 하는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떠돌던 중국경제 추락설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은 '그래도 중국이 미래'라며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2002~2007년 연평균 10.4%에 달하던 고성장률엔 못 미치나, 올해 역시 8%대의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13억 인구의 거대시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경제규모 등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 동시다발, 다점포화로 승부한다
거대한 중국시장은 그 자체가 기회이자 걸림돌이다. 시장이 큰 만큼 기회도 많지만, 워낙 땅이 넓어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동시다발, 다점포화'를 승부의 관건으로 보는 이유다.
신세계 이마트는 2012년까지 70개 점포,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1,000개 점포를 내는 게 목표다. 1997년 중국 1호점을 연 이래 10호점까지 출점기간이 10년 걸렸지만, 올해는 7개월 만에 7개 점포를 추가했다.
이미 월마트가 201개, 까르푸가 113개의 점포를 갖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이마트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러시아에 첫 해외 점포를 연 데 이어, 올해 8월 중국 1호점을 베이징 왕푸징거리에 세우며 중국시장에 진출했고 내년엔 톈진점이 문을 연다. 목표는 2012년까지 7개 점포 등 장기적으로 중국 전역에 100개 점포를 확보, 중국에 '제2의 롯데'를 육성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에 인구 300만명 이상 도시가 40~50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100개점 출점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며 "향후 백화점 개장은 중국 해안선 주요 도시를 따라 동시다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12월 중국 마크로 8개 점포를 인수했다.
■ 고급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하라
중국 도시 근로자의 소득은 2002년 이후 연평균 11.4%씩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커지기 마련. 중국 이마트가 백화점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매장과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한 이유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25~35세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백화점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한국백화점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수고객이 오면 '퍼스널쇼퍼룸'으로 안내, 개인별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급주택단지에만 광고 전단을 투입하는 마케팅도 펴고 있다.
백 소장은 "유통업이 진출하면 한국 상품도 동반 진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의 내수화는 우리 상품을 소개하고 개발하는 계기일 뿐더러, 우리 유통기업이 글로벌한 상품력을 갖춰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정부에 바란다/ "부지 확보 위한 융자대책 필요"… 한중FTA도 서둘러야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은 해외투자 기업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특별금융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사업은 핵심 상권에 좋은 부지를 확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빨리 이뤄야 상대적으로 낮은 지명도와 상품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자금 융자를 받을 때 통상 6~8%의 이율을 부담하지만, 까르푸나 월마트 등은 2%대의 이율로 투자부담이 그만큼 적다. 엄격한 심의기준을 적용한다는 전제 아래 업계가 "해외투자 유통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5% 이하의 저리융자로 투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이 현지 진출하면서 한국산 상품도 동반 진출하고 있지만, 높은 품질과 현지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관세장벽 탓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책정돼 시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배, 사과, 감귤 등 우리 농산물도 현지 제품과 비교가 안되게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중국제품이 싼 값을 내세워 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정부가 한중FTA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사업의 진척을 위해서는 국내 모기업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대형마트나 쇼핑센터 등의 출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소리도 높다.
● 이경상 신세계 이마트 대표
"향후 4~5년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 빨리 다점포화를 이루기 위해 내년 14개 점포를 새로 열고,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도 추진하겠다."
국내 유통업체로는 처음 중국시장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가 2012년까지 매년 10개씩 70개 점포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바짝 당겼다. 내년 신규 개장 14개점을 비롯, 현재 확보한 부지만 36곳에 달한다.
이경상(사진) 신세계 이마트 대표는 "할인점 사업은 규모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다점포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1급 도시는 물론 인구 30만~100만 이상의 3,4급 도시까지 동시다발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 경우 중국 전역의 650개 도시에 고루 출점한다는 가정아래 장기적으론 1,000개 점포 개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다른 할인점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스럽고 쾌적한 매장과 위생적인 제품 관리, 친절 서비스 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지금은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만 급속도로 서구화하고 있는 생활양식 변화에 대비, 500대 이상 대형 주차장을 갖춘 것도 이마트의 강점이다.
이 대표는 "덕분에 요즘 경쟁사인 까르푸가 불만이 많다"고 했다. 창고형으로 운영되던 까르푸가 최근 전점에 걸쳐 이마트 식으로 매장을 새로 꾸미는 데 돈을 쏟아 붓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이마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산동부동산개발그룹 등 중국의 손꼽히는 개발회사들이 이마트에 전략적 제휴를 요청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 2호점을 준비 중이던 2003년만 해도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을 견학시키면서 설득해야 매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좋은 입점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중국은 그 시험대이자 도약대다. 이 대표는 "동남아권에 대한 시장조사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며 "중국시장을 완전히 다진 후 범 화상권과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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