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다. 여야 의원 간에 한때 고성이 깃든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또 물 건너 갔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더니, 어느 순간 합의 소식이 날아들며 냉랭하던 여야 대치가 순식간에 녹아 내렸다.
내년 예산안과 감세법안을 둘러싼 협상 이틀째인 5일, 여야 지도부는 일찌감치 전의부터 다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의 부가가치세 30% 인하안은 예산 심의를 지연시키려는 술책"이라며 "원내대표회담에서 합의를 시도하고 안 되면 국회법에 따라 일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전제로 협상한다면 이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회담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협상 결렬에 대비해 여야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오전부터 기획재정위와 예결위 회의장을 선점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의사당 주변에서 회담 결과를 주시했다.
1차 회담에서 민주당은 '15일 처리' 카드를 제시했지만 한나라당과 선진당은 '9일 처리'를 고수하며 맞섰다. 회담이 결렬되자 양측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2중대'라고 비판, 양당 간 신경전이 오갔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우려한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30여명은 재정위 회의장으로 달려갔고, 회의장 앞에선 여야 보좌진간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야 합의는 물 건너 가는 듯 했다.
협상의 돌파구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면담한 김형오 의장이 양측 주장을 절충, '12일 처리'라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정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2차 회담의 물꼬를 텄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뒤 긴급 의총을 열었다. 그 사이 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종합부동산세 등 예산부수법안이 여야 합의 처리되면서 협상에 드디어 파란불이 켜졌다. 이어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12일 처리를 번복할 경우 의장 직권으로 상정한다는 조건으로 수용한다"며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오후 7시30분에 속개키로 한 원내대표회담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예산안 12일 처리'에 공식 합의하고 합의서 사인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선진당 의원과 당직자 등 20여명이 회의장에 진입했다. "'선진당은 한나라당 2중대'라는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공개 사과 하라"며 회담을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결국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최종 합의서 사인은 일요일 오후로 미뤄져야 했다.
김회경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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