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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천작우'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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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천작우'의 마음

입력
2008.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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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닥친 한파에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다. 연말을 앞둔 사람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한파와 경제 위기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함께 녹여주는 따뜻한 난로가 그리운 시절이다.

1년 전 교수신문이 2007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하였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말이다. 유독 작년 한해는 '신정아 사건'으로 대표되는 사회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대학의 논문 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등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많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8년의 신년 화두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꼽았다.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당선자가 '국민 화합'과 '경제 살리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에 두겠다는 희망적인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올해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그리고 글로벌 금융 쓰나미로 대표되는 현실은 냉엄했다. 또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화를 향한 국가적 과제는 막중하나, 국민과의 소통은 그리 쉽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밀운불우(密雲不雨)', 즉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가 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가깝다.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경기가 꽁꽁 얼어붙자 서민, 회사원, 구직자, 대학생 등 일반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시래기 할머니'와 대통령의 새벽 만남은 국민들의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잠시나마 녹여주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은 냉엄하기만 하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경제 불황의 골이 얼마나 깊고, 터널의 끝이 언제가 될 지 모른다. 국민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고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년 화두가 필요하다.

이번 경제 위기는 우리가 대처하는 데 따라 선진국 진입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0년 전 우리는 외환 위기를 맞았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근원이 외환 위기 때와 다르다. 따라서 우리의 해법도 달라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언젠가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의 사이클로 들어설 것이며, 우리는 이 때를 미리 대비하여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원천연구와 미래 융합연구,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추진하여야 한다.

국가적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국으로의 미래도약을 위해 과학기술인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IMF 당시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아픈 경험은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이공계출신 연구원들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과 정년 감축 등이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정책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결과, 작금의 이공계기피 심화와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를 가져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신진 과학기술 인력의 육성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이 싹들이 시련을 잘 견뎌내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각별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경선 시절인 2007년 신년 화두로 꼽았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한천작우(旱天作雨)' - 맹자에 나오는 말로 '심하게 가물어지면 하늘은 비를 내린다'는 것이다. 기축년 새해에는 '심한 가뭄'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싹'을 심고 가꾸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의 이치대로 무럭무럭 자라난 싹들이 언젠가 우리를 '시화연풍'의 선진국으로 인도하지 않겠는가.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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