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지음ㆍ이상해 옮김/문학세계 발행ㆍ240쪽ㆍ1만1,000원
"나는 그를 만나면 늘 즐거웠다. 나는 그에게 우정과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없어도 그립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내 감정의 방정식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없이 멋져보였다"(71쪽)
<살인자의 건강법> <적의 화장법> 등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거느린 아멜리 노통브(41)가 이번에는 첫사랑의 추억담을 들려준다. 벨기에 외교관의 딸로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다섯살까지 살았고, 이십대 초반에 다시 일본으로 건나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도 아멜리다. 적의> 살인자의>
그녀의 연인은 보석세공학원장의 아들로 흰색 벤츠를 타고 다니는 일본인 청년 린리. 프랑스어 과외수업의 제자로 린리를 만난 아멜리는 2년간의 교제 끝에 청혼을 받는다. 하코네 호수에서의 소풍, 시로가네 공원에서의 불꽃놀이 등 연애담을 연애담답게 만드는 소설적 장치들도 흡인력이 있지만, 린리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벨기에로 돌아가기까지의 아멜리의 마음 속 풍경 변화가 백미다.
유한계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고국으로 돌아가 언니의 청소부 역할을 자처하는 아멜리의 행동은 '자유'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연인에 대한 아멜리의 감정은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정과 우정의 그 어디쯤에 있는 가볍고 재미있고 섬세한 그런 것이지만, 린리의 감정은 일본식의 정형화된 연애방식의 소산물이었기 때문. 젊은 일본인 연인이 일본식으로 벚나무 아래서 사랑의 노래를 불러줄 때 아멜리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과연 이 사람에 대한 사랑은 애정일까, 우정일까, 동정일까' 혹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청춘남녀의 영원한 고민거리에 대한 아멜리의 대답을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 반할 수 있을까? 그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사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나타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75쪽),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한 것은 바로 그에게 악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가 악과 전혀 낯선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리에는 신 식초가 살짝 들어가야 감칠맛이 난다."(219쪽)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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