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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美시장 실패 '힐리오 백서' 만들기로 "값진 오답노트 두번 실패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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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美시장 실패 '힐리오 백서' 만들기로 "값진 오답노트 두번 실패는 없습니다"

입력
2008.12.0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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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운다.'

SK텔레콤이 미국 사업 실패의 교훈을 담은 '힐리오 백서'를 만든다.

힐리오는 SK텔레콤이 미국 어스링크사와 손잡고 2006년 5월 미국에서 시작한 이동통신 서비스. 이동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 국내 통신사가 진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약 5억달러를 투자, 2009년까지 가입자 3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 힐리오 가입자는 18만명에 그쳤고, 결국 SK텔레콤은 7월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진모바일에게 힐리오를 매각했다. SK텔레콤의 미국진출은 2년여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실패를 묻어두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실패학 교과서'로 삼기로 했다. 바로 '힐리오 백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대외비 보고서 형태의 힐리오 백서를 연말까지 완성, 향후 주요사업 추진 때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백서 제작은 힐리오 사업을 주도했던 김신배(사진) SK텔레콤 사장의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누구라도 자신의 실패는 덮어두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실적으로 평가받는 CEO라면 더더욱 그럴 터.

하지만 김 사장은 자신의 실패작을 과감히 드러내기로 했다. 그는 "힐리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며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만들기 위해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 담는다

약 3개월에 걸쳐 작업한 힐리오 백서에는 사업계획부터 서비스 개시, 매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소개된다. 이를 위해 김 사장과 미국 사업을 주도한 서진우 글로벌 비즈 CIC 사장 및 관련 임원들은 2차례의 워크숍을 거쳐 100페이지가 넘는 초안을 작성했다. 백서 작업에 참여한 SK텔레콤 임원은 "잘못한 것을 감추지 말고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백서에서 가장 크게 반성한 부분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부족. 특히 파트너 업체(어스링크) 선정을 위한 준비가 허술했던 게 문제로 지적했다. 한 임원은 "미국 시장을 잘 모르는 만큼 파트너 선정이 중요했다"며 "SK텔레콤의 장점이 파트너와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힐리오 전용의 특화된 휴대폰 정책은 힐리오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현지화 마케팅의 중요성이 백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또 다른 임원은 "해외 사업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특히 고객 및 유통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를 토대로 처음부터 전국 서비스로 시작할 지, 지역 통신사업자로 머물다 나중에 확대할 지를 판단하는 것이 미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 2의 미국 사업 준비한다

SK텔레콤이 힐리오 백서를 만드는 또 다른 목적은 제2의 미국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힐리오는 접었지만 미국시장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유현오 사장이 이끌던 SK홀딩스 아메리카를 SK텔레콤 미주법인으로 통합하는 등 미국사업 관련 조직을 재정비했다. 아울러 IT에 기존 산업을 접목한 융합 서비스 분야로 방향을 틀어 재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텔레매틱스, 모바일 뱅킹, 전자상거래 등 컨버전스 분야의 다양한 사업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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