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은행들의 ‘달러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국 은행들이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연말 달러 결제 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중은행들이 극심한 달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환율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실시와 10월 경상수지 깜짝 흑자(49억1,000만 달러)에도 불구, 원ㆍ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이 연말 원ㆍ달러 환율을 1,100~1,300원 초반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은행권이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으로 신규 달러 조달은 어려워진 반면, 갚아야 할 달러는 만기연장이 안 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외화 차입금 만기 연장률은 30%에 불과, 은행들이 사실상 대부분의 달러 차입금을 갚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제수지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단기 차입금 순유출은 200억5,490만달러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 최고였던 85억1,000만달러(1997년 12월)의 2.3배를 넘는 액수로, 그만큼 대규모 달러 자금이 밖으로 샜다는 의미다.
반면 은행권의 신규 달러 조달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수출입은행과 농협, 하나은행이 각각 1억달러 이상의 외화차입에 성공하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차입에 나서고 있지만, 총액은 5억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다만, 이런 달러 가뭄 속에서 산업은행이 내년 1월 2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외화차입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산은은 일단 자체 신용도를 통해 달러를 차입한다는 구상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은행권 최초로 정부 보증을 받아서라도 차입을 성사시켜 자금시장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은행 자기자본 비율 제고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 확대 ▦공기업 외화표시 채권발행 ▦은행 외화 유동성 비율 완화 등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 건전성 확보가 외환시장을 포함한 자금시장 안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지면 부실채권 비중이 높아져 은행 BIS 자기자본 비율이 한 자릿수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며 “은행들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해 자금시장에 부담을 줄여주고, 정부는 부실채권 매입과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확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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