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로비에서 드러난 노건평(66ㆍ구속)씨의 행동은 '보잘 것 없는 시골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로비 과정 내내 적극적이고도 집요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2005년 6월 홍기옥(59ㆍ구속) 세종캐피탈 사장과 정화삼(61ㆍ구속)씨 형제에게 세종증권 매각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음날 바로 정대근(64ㆍ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 전 회장을 만나 '대면' 청탁을 하기도 했다.
노씨는 2006년 1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가 성사되자 노골적으로 자기 몫을 요구했다. 세종증권 고위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노씨가 "내가 노력해서 로비가 성사됐으니 정씨 형제가 아닌 나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노씨는 당시 집행유예 상태였지만, 대담하게도 로비에 적극 가담했다. 그는 2003년 남상국(사망)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뒤 돌려줬다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로 2004년 7월 창원지법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집중 감시를 받았지만, 정씨 형제에게 돈 관리를 맡겨 감시의 눈을 피해갔다.
노씨는 2006년 4월 정광용(54ㆍ구속)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봉하마을 자신의 텃밭 자재창고에서 현금 2억원과 1억원을 받고서도, 정씨에게 계속 자기 몫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검찰 수사에서 "오락실을 시작한 2006년 7월 이후에도 노씨에게 '내 돈을 내 놓으라'는 독촉을 계속 받아 도망 다니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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