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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대결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천재, 그들은 세계와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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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대결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천재, 그들은 세계와 싸웠다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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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돌프 K 골드슈미트 옌트너 지음/달과소 발행ㆍ416쪽ㆍ1만7,000원

카이사르와 브루투스, 예수와 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대결'이라는 프레임은 그 속에 들어온 피사체에 박진감을 더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연대기적 서술의 따분함에 잠겨 있던 사실(史實)이 대결의 틀 속으로 들어오며 긴장을 얻는다. <대결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은 그런 프레이밍 효과를 십분 활용한 역사 교양서다.

저자인 루돌프 K. 골트슈미트 옌트너(1890~1964)는 역사철학을 전공하기 전 독일 하이델베르크 축제극단 단장으로 일하는 등 연극비평가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그가 8부로 나눠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의 대결은 각각이 마치 한 편의 희곡처럼 긴장된 전개를 안고 있다.

저자는 역사의 새로운 흐름이 결정되는 순간을 '천재들의 투쟁과 대결'의 프레임으로 조명한다. 그는 천재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천재는 스스로 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천재의 자기중심주의는 정당화된다. 이런 자기 중심주의로 인해 천재들의 우정은, 니체가 표현한 것처럼 '별들의 우정'과 '지상의 숙적'으로 끝날 수 있다."

대결은 '천재 대 천재'의 구도를 벗어나 '천재 대 세계'의 전선에서 더욱 흥미롭게 진행된다. "천재와 세계의 만남은, 천재의 위상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를 대표하는 경우다. 그는 단지 자신이 대표하는 이념이나 현실적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맡겨진 역사적 사건에 결정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역사적 의미를 획득한다." 저자는 나폴레옹 대 메테르니히, 그리고 예수 대 유다의 대결을 통해 천재와 세계의 불우한 만남을 그린다.

이 책을 둘러싼 이야기는 8부 '예수 vs 유다'에 이르러 풍부해진다. 저자가 책을 쓴 것은 1930년대. 골트슈미트 옌트너는 역사에 대한 독특한 시각에 작가적 상상력을 섞어, 예수를 향한 유다의 배반의 의미를 추적한다. "유다가 누설한 것이 단순히 예수가 있던 장소였을까? 그렇다면 그리스도교 세계관이 유다에게 부여한 엄청나고 소름끼치는 지위는 인정되기 어렵다. 유다가 누설한 것은 좀 더 본질적인 것, 역사적 행동으로 결정적인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같은 주장은 1970년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유다복음'의 내용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출간된 지 90년이 지나서도 이 책이 계속 관심을 끄는 이유다.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죽여야만 했던 이유(1부), 독재적 권력을 추구한 나폴레옹에 맞선 외교 천재 메테르니히(3부), 너무나 많은 천재가 한꺼번에 출현했던 르네상스 시기의 다빈치와 미켈란젤로(4부) 등의 이야기도 새로운 시각으로 전개된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가 두 겹으로 겹칠 때 빚어지는 흥미로운 마찰과 갈등이 책에 빽빽이 담겼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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