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기설'이다. 9월 위기설이 실체 없는 공포로 판명 난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위기설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내년 3월이 문제라고 한다. 우리경제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주기적,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위기설 자체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 일각에서 확산되고 있는 3월 위기설은 내년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계 은행 등이 일시에 자금을 빼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우리 경제와 시장은 심각한 혼란으로 치닫는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위기설처럼 '3월 위기설'도 진원지는 명확치 않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가 입소문을 거치면서 전염병처럼 번지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우선 ▦현 실물경기침체속도로 볼 때 내년 상반기(3월)가 가장 어려울 것이란 일반적 관측에 ▦해마다 3월이면 반복돼온 일본계 자금 회수설이 살을 붙였고 ▦여기에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3월 위기설은 몸집을 불렸다. 특히 사이버 경제전문가 '미네르바'가 월간지 기고를 통해 "환율에 건설사, 은행, 중소기업, 가계부채 부실 등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한국은 연말 혹은 내년 3월을 못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3월 위기설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형국이다.
9월 위기설 당시 '초동대응'에 늦어 낭패를 봤던 정부는 3월 위기설 조기진화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제가 어려우니 이런 설이 나오는 것 같은데 3월 위기설은 수치로 봤을 때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강 장관은 ▦국내은행들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전체 외채의 9%인 106억6,000만달러(10월말 현재)이고 이중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1억1,00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점 ▦1분기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채권 규모도 5조3,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11월말기준 국내주식시장에서 일본계 투자자금은 3조4,247억원으로 전체시가총액의 0.6%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3월 위기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동수 재정부 1차관도 "3월 위기설은 9월 위기설의 아류로서 근거도 출처도 없다"며 전제한 뒤 "일본계 자금이 모두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는 가정도 현실성이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도 3월 위기설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금융기관들이 최근 전세계에서 해외 투자금(엔캐리 트레이드)을 회수하는 등 위기설이 제기하는 우려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리먼브러더스 몰락과 같은 돌발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위기로 증폭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위기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것, 아예 위기가 아닌 달(月)이 없어 '캘린더 위기설'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된 것은 결국 '얄팍한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 잃은 정부'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도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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