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에게 500 유로(약 95만원) 상품권을 나눠주자." 경제위기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독일에서 공짜 상품권, '소비 쿠폰'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집권 연정의 사민당(SPD) 지도부가 날로 침체되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상품 구매나 주택 수리비 등에 쓸 수 있는 공짜 쿠폰을 나눠주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제안에는 상품과 서비스 구매 때 200~500 유로를 따로 부담해야 쿠폰을 쓸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렇게 하면, 성인 한 사람이 많게는 1,000유로 씩 소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과 사민당 소속 재무장관은 고개를 내젓는다. 이 제안을 따르면 최대 450억 유로의 막대한 재정부담이 있는 반면, 경기부양 효과는 짚을 태우듯 반짝하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봄 공짜 쿠폰 500억 달러를 푼 미국이나, 1999년 저소득층 등에 7,000억 엔 어치를 나눠준 일본의 경험에 비춰보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썼으나 공짜 쿠폰의 GDP(국내총생산) 상승 효과는 0.06%에 그쳤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비 쿠폰'은 '소비 도핑(doping)'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반대하는 쪽은 특히 독일 국민은 검소하고 저축 성향이 높아 공짜 쿠폰을 주더라도 소비 열기에 들뜨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위기의식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이에 맞서 찬성 쪽은 자동차 가전 판매 등의 실물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소비를 늘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인프라 건설 등의 재정투자는 시간이 걸리고, 소득세 감세는 원래 면세 대상이 2,400만 가구나 되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없다고 본다. 부가세 인하도 요즘 시장 형편에는 상품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권위 있는 경제연구기관도 의견이 엇갈린다. 언론의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따라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것은 논쟁이 이념과 정치적 경계를 벗어나 진행된다는 분석이다. 언론 사이트에 쏟아지는 독자 댓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책을 찾는 진지한 사회적 논쟁으로 볼 만하다. 정치권과 언론, 댓글 독자를 가림 없이 정책 대안보다 오로지 '인물 대안' 논쟁에 여념이 없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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