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동(洞)을 합치거나 없애는 행정동 통폐합 작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우리 동 이름은 절대 고칠수 없다"는 주민들의 강경 입장으로 자치구간 싸움으로 번지는가 하면 각 해당 직능단체들이 자리를 없어질 것을 우려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법정소송으로 비화하는 동 이름 변경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518개였던 서울시 행정동은 지난달 말 현재 436개로 78개 줄었다. 2년동안 160개 동이 82개로 통폐합된 것이다. 하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 입장이 거세지자 이를 반영한 지자체간 불협화음이 잦고, 기초의원들의 반발이 커 지방행정체계의 개편에 난항이 우려된다.
관악구는 최근 봉천1~11동의 달동네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봉천1동을 '보라매동'으로 변경하는 등 이름을 바꾸고, 동 개수도 9개로 줄였다.
신림1~12동도 동 이름변경 및 통폐합을 하고 이중 신림4동을 '신사동'으로, 신림6동과 신림10동을 '삼성동'으로 교체해 9월부터 쓰고 있다.
그러자 보라매공원이 위치한 동작구와 이미 신사동, 삼성동 명칭을 쓰고 있는 강남구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8월 행정법원에 효력정지(명칭사용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같은 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970년대 초 서울역 앞 집창촌이 재개발로 인해 성북구 하월곡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그 일대가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자, 강북구 미아동은 40년 가까이 '오해' 속에 살았다.
결국 강북구는 6월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미아3동을 제외한 미아1~9동의 동 이름을 삼양동, 삼각산동, 송중동 등으로 모두 바꿨다.
동 이름을 놓고 인접한 주민들간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동을 통폐합 한 중랑구의 경우 기존 면목 제3동과 면목 제8동을 합친 이름을 결국 '면목 제3ㆍ8동'으로 정해야만 했다.
동네 주민들이 서로 자신의 동 이름으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내려진 조치다.
송파구 잠실6동 주민 50여명은 잠실4동과의 통폐합 및 동명 변경에 대한 조례심의가 열린 2일 구청과 구의회를 항의 방문해 끝내 구와 구의회로부터 통폐합 계획 전면 백지화 답변을 얻었다.
■ 집값 상승 등 기대심리와 자리싸움이 주 원인
동 이름을 변경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것은 집값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통폐합 대상간 합쳐지게 될 통ㆍ반장 및 주민자치위원회 등 직능단체의 자리 싸움도 한 몫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동이 통폐합 되더라도 통ㆍ반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의 수는 곧바로 줄이지 않겠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두개 동이 통폐합할 때 동 이름을 한 개 동의 이름으로만 사용할 경우 앞으로 통ㆍ반장 등을 뽑을 때 주도권싸움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사유라고 전했다.
또 2일 송파구와 구의회에서 잠실4동과 잠실6동간 통폐합을 결사반대하며 항의방문에 나선 주민들 상당수는 통합 당하는 잠실6동측 통ㆍ반장 및 주민자치위원 관련 사람들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엄밀히 따져 강남구가 신사동과 삼성동의 명칭을 관악구가 못 쓰게 하는 것은 지역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이유가 클 것"이라며 "동 이름을 바꾸고 난 뒤 아직까지 관악구가 별 효과를 본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은 새주소 사업에 의해 2012년부터 동 이름과 번지 중심의 지번주소는 길 이름 중심 주소로 바뀌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소 변경 후에는 실제 주소로 길이 중심의 주소가 더 많이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통폐합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정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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