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위기설과 내년 3월 위기설은 제기된 배경이나 실현 가능성 등에서 닮은꼴이다. 둘 다 해당 월에 만기 도래하는 외채가 일시에 상환 압력을 받을 경우 금융시장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들면서 단기외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 등장 배경이라는 점도 같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고, 대부분 경제전문가들도 실현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다는 점도 같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채권 만기가 집중돼 거의 비슷한 위기설이 나왔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9월 위기설은 만기가 도래해 상환 우려가 제기된 채권이 국고채, 외평채 등 국가 부채였지만 3월 위기설의 주인공은 은행들이 갖고 있는 단기 외채다. 또 9월 위기설이 나올 때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이 일어나기 전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극심한 자금경색이 진행돼 전세계적으로 자금 회수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 다르다.
9월 위기설이 전체 외국인 보유 채권에 대한 위기설이었다면 3월 위기설의 경우 특히 '일본계' 자금 회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이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우선 내년 2ㆍ3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에 만기 도래하는 외채는 각각 14억2,500만달러, 16억5,600만달러에 이른다. 9월에 돌아왔던 8조6,000억원의 국가 외채에 비해 절대 규모는 극히 작지만 9월에 은행에 만기 도래했던 채권이 6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개별 은행에 주는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국내 은행에 단기 외채를 빌려줬던 외국 은행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면서 현재 은행에 만기가 도래한 외채의 70%가 상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스와프 형태로 외화 자금을 빌려 근근이 갚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자본 회수 움직임이 연말을 지나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환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게 되고, 국내 은행들의 외화 자금사정이 악화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지원하는 수출입 금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달 초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내년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측한 삼성증권은 "내년 3월 일본 은행들의 결산기를 앞둔 자금회수 시기에 환율이 1,500~1,700원으로 폭등할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있다고 해서 3월 위기설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특히 은행들의 외채 중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자금 회수라는 시나리오로 3월 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같은 위기설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져 있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말로만 한중일 통화 스와프 운운하지 말고 외화 자금과 관련한 국민의 우려를 씻어줄 대책을 내놓는다면 불안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