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번스타인 지음ㆍ안진환 옮김/한국경제신문 발행ㆍ534쪽ㆍ1만8,900원
요즘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리스크(risk)를 무릅쓰지 않았더라면 자본주의 경제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큰 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다리나, 항공기, 우주선, 전자제품, 의약품, 보험상품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들은 모두 누군가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한 덕에 탄생했다.
미국의 저명한 자산관리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한 도박에서부터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시장에 적용되는 복잡하고 정교한 리스크 관리 기법에 이르기까지 점차적으로 발전해온 리스크 개념의 역사를 정리했다.
인간이 승부를 단순히 운에 맡기지 않고 리스크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700~800년 전 아라비아숫자체계가 유럽에 전해지면서부터였다. 파스칼과 수학자 페르마에 의해 확률이론이 발견되면서 리스크나 의사결정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가능해졌다. 이후 대수의 법칙과 표본통계방법, '종(鍾)형 곡선'이라 불리는 정규분포구조와 표준편차, 평균의로의 회귀, 분산투자 등 리스크 분석과 관리에 사용되는 개념도구들이 차츰 개발됐다.
아무리 세련된 리스크 이론도 사실은 도박이라는 게임에서부터 발달됐다는 저자의 지적은 리스크를 무릅쓰는 행위의 본질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리스크는 '뱃심좋게 도전하다'라는 뜻의 초기 이탈리아어 risicare에서 유래됐다. 리스크 이론은 리스크란 말의 어원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선택을 해온 인간의 역사를 반영한다.
많은 리스크를 통제하고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전망에 대해 저자는 "자연은 되풀이되면서 일정한 패턴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대개의 경우 그렇다"고 한 수학자 라이프니츠의 말을 인용하면서 "단지 대체로 볼 때 그러하다"라는 한계를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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