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공기업 개혁작업의 부진과 부실을 질책하며 속도를 내라고 다그친 이후 당초 우려됐던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실적을 의식한 각 부처와 주요 공기업들이 당장 먹기 좋은 떡으로 인력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십수년 이상 누적돼온 방만경영의 적폐를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일부 감원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원을 경영효율화의 첫 수순으로 삼는 것은 공기업 개혁의 원래 취지나 실업이 최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작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또 다른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이고 정부의 면피행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산하 공기업이 지난 달까지 제출한 경영효율화 방안이 미흡하다며 최근 '비상경영체제 확립 협조' 공문을 통해 "보수ㆍ복리후생의 방만 요인 제거, 불필요한 조직ㆍ예산ㆍ인력 감축을 통해 기관별 경영효율성을 10% 이상 제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전 등 주요 공기업들은 인력을 10~15% 줄이는 것을 머리로 한 경영 선진화 계획을 잇달아 마련, 발표하고 있다. 공기업마다 편차는 있겠으나 이런 잣대가 기준이 되면 현재 305개 공공기관 임직원 26만명 중 3만명 정도가 조만간 직장을 잃게 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는 15% 감원과 퇴직위로금 기금조성 계획을 담은 농촌공사의 구조조정 방안을 상생적 모범사례로 언급한 이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라디오 연설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을 강조하던 말과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나중에, 그것도 불가피한 경우에 써야 할 칼을 처음부터 손쉽게 휘두를 길을 열어준 셈이다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일반기업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정부는 서둘러 오도된 메시지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 쪽에서는 청년 인턴제, 사회적 일자리 확충, 임금조정 등 갖가지 고용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면서 다른 쪽에선 일률적 인원 감축을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공기업 개혁은 임금과 복지의 '희생적' 감축과 경영진의 자기쇄신 각오가 먼저다. 그래야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 과정의 갈등을 최소화할 여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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