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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TV드라마 위기는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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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TV드라마 위기는 자업자득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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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었던 <베토벤 바이러스> 가 아쉬움 속에 종영되었다. 시청자들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또 다른 드라마를 찾는다. 요즘처럼 답답한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드라마마저 위기 상황이다. 모든 방송사의 드라마 축소ㆍ 폐지, 제작예산 삭감, 스타 연기자의 고액 출연료 규제, 방송사 광고매출액 급감 등등. 경제 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보다 구조적인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안방드라마가 투기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드라마 시장'의 투기 거품

모든 드라마는 한류성 대박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꿈꾸며 제작된다. 그러나 <겨울연가> 같은 대성공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그럼에도 한류열풍은 방송사 안에 머물던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뜨거운 시장의 열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방송사 전속제가 깨지고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는 빠르게 자유경쟁시장의 귀한 상품으로 전환되었다.

한번 대박을 터트린 PD 역시 예외 없이 황금노다지를 찾아 방송사 둥지를 떠났다. 방송사 제작시스템이 외주제작사의 손아귀로 넘어간 지 오래다. 공익적 통제를 받는 방송사가 노골적으로 상업적 제작경쟁을 할 명분도 약하고, 또 외주드라마는 제작협찬으로 제작비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생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전원일기> <베스트 극장> 등 휴먼드라마나 작품성 있는 단막극은 이윤논리에 밀려 모두 폐지되고,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으로 대체되었다.

외주 제작시장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지배한다. 소수 대형제작사는 자본조달을 위해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연예기획사와 제휴ㆍ합병하여 거대 연예제작사로 거듭났다. 도박시장 같은 무한경쟁 속에서 5대 제작사가 외주드라마의 70~80%를 독과점하고 있다. 6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태왕사신기> 가 상징하듯 대형화 경쟁이 더욱 가열된다. 배용준 같은 톱 스타가 받는 출연료도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제작비에 비해 출연료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것이다. 스타의 가치는 명성에 있고, 이는 희소성에 기반한다. 빠른 시간 내에 붕어빵처럼 스타를 찍어낼 수는 없다. 반면 드라마 제작시장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스타 연기자와 작가의 품귀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는 입도선매 식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외주제작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방송권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드라마를 기획하더라도 KBS, MBC, SBS의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과열경쟁 분위기로 2000년대 초반 회당 400~500만원이던 주연스타 출연료는 5000~6000만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급등하였다.

한 스타의 몸값이 오르면 다른 스타도 따라서 오르는 이른바 '시소효과(seesaw effect)'가 지속적인 출연료 상승을 초래한다. 그 결과 인건비 비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담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출혈경쟁이 지속되었으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한류 대박은 2004년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그 사이 드라마 제작시장의 큰손이었던 통신회사를 위시한 투자자의 손길도 끊긴 지 오래고, 광고 협찬 PPL 과 같은 주요 수입원도 급감했으니 위기는 당연하다.

정부 '로또 식 정책' 바꿔야

드라마 시장의 거품은 꺼지겠지만, 근본처방은 외주정책의 전환 등 규제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방송 드라마가 더 이상 시장논리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시기, 평범한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북돋우는 홈 드라마로 거듭나야 한다. "<겨울연가> 의 경제적 효과가 3조원에 달한다"며 드라마ㆍ 영상정책을 로또처럼 몰아가는 정부의 시각도 시급한 안과처방이 필요하다.

김진웅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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