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요즘 점심 시간이 돼도 여의도 국회 2층의 원내대표실을 떠나지 않는다. 직원이 구내식당에서 받아온 간단한 상차림으로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구내식당을 직접 찾기도 하지만 국회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유를 물었더니 홍 원내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국민을 볼 면목이 없어서 못 나가겠다.”
국회 경색에 대한 자책이 담긴 위트있는 답변이지만 왠지 아쉽다. “안 풀릴수록 원내대표가 웅크리고 있을 게 아니라 여러 사람, 특히 야당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원 원내대표가 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렇게 물었다. “민주당 원 원내대표 혹시 외국 출장 갔어요?”라고. 여야 대충돌이 예고된 최근의 국회 상황이라면 원내대표의 존재가 더욱 부각돼야 마땅한데 어찌된 일인지 존재감마저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놓은 9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예산안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원내대표들은 서로를 외면하고 있고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으름장만 놓고 있다. 여야가 마주 달리는 형국이다.
의회 정치의 백미는 원내대표 간 밀고 당기는 협상과 조율이다. 서로 죽일 듯 으르렁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악수하는 게 정치다.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시절, 그런 극적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여야 원내대표들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우선 만나야 한다. 홍 원내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하루 빨리 점심 약속을 잡아야 한다.
이동훈 정치부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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