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 전성 시대가 오는가. 펀드 시장이 들어오는 돈이 없어 추운 겨울에 덜덜 떨고 있지만 유독 MMF 만큼은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새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수익률 면에서도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모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MMF 수탁액은 80조 가까이 된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MMF로 들어 온 자금은 5조8,000억원 가까이 된다. 주식형 펀드에 976억원이 유입되고 채권형 펀드는 오히려 9,066억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특히 올 들어만 수탁액이 36조 가까이 늘었고 지난달 19일에는 84조4,5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렇듯 MMF에 돈이 쏠리고 있는 까닭은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때문. 조금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데다 주식, 펀드 모두 이미 큰 손실을 입은 상태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를 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판매사나 운용사들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복잡한 구조의 상품만 마구잡이로 내놓는 바람에 '쪽박'을 찬 탓에 투자자들이 간단한 구조를 가진 상품을 찾는 분위기도 있다.
때문에 원금을 지킬 수 있고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MMF가 뜰 수밖에 없다는 것. MMF는 일반 펀드와 달리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정기 예금,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개별 주식보다 훨씬 안전한 구성 요소들로 꾸며졌다.
게다가 MMF의 성적표 또한 나쁘지 않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일 기준 MMF의 1년 수익률은 5.33%로, 채권형펀드(4.88%) 보다 높았다. 2년 누적 수익률도 10.18%로 모든 유형의 펀드 중 가장 높았고 장기 투자의 기준이 되는 3년 누적 수익률 역시 14.57%나 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는 물론 혼합형 펀드, 채권형 펀드를 모두 압도하는 수치다. 이는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기업의 자금 시장마저 나빠지면서 그 나마 안전하다는 채권형 펀드도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주식, 채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MMF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MMF 수탁액이 내년에 97조에 바짝 다가설 것이라고 전망도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최영철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회사마다 구성 요소들이 차이가 있다"면서 "특히 채권 위주로 짜여졌을 경우 금리가 갑자기 오르거나 했을 경우 채권 값이 내리면서 MMF의 기준가도 동반 하락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MMF는 장부 값을 기준가로 하지만 시장 가격이 큰 변동성을 보여 시장 가격이 장부 값보다 0.5% 이상 내려갈 경우는 기준가를 시장 가격으로 바꾸도록 돼 있는데 이 경우 자기도 모르게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
또 MMF가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다 해도 2일 환매이기 때문에 당장 돈이 필요하더라도 하루 전에 환매를 신청해야 다음날 되팔 수 있다는 점도 있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내용은 MMF나 다름 없지만 곧바로 입출금이 가능한 장점을 가진 MMF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해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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