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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렁 속의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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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렁 속의 남북관계

입력
2008.12.0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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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수렁 속에 빠졌다.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의 단절, 개성지역 남측 상주인력 철수, 경의선 열차운행 중단 등, 1970~80년대 정치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던 시절에 못지않은 긴장과 대결 국면이 한반도에서 재현되고 있다.

국면 타개 위한 노력 필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10년간 추진되어오던 햇볕정책이 실패하였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햇볕정책은 국가 안보와 국민 생존권의 위협을 초래한 '실패한 정책'이었으므로, 현정부는 과거 '좌파 정부'처럼 북한의 비위를 맞추며 끌려 다니는 대북정책을 지양하고 남북관계의 기선을 잡는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지난 10년간의 '좌파 정부' 시절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시적 부작용이며, 현재의 기싸움에서 이기면 곧 남북관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진단과 인식에는 남북관계 파행의 본질을 파악하고 국면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책임 전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현 상황을 극복하고 합리적 대북정책 수립과정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햇볕정책이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했다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존권이 북한에 의하여 크게 위협 받은 부분이 있었다면, 그러한 문제와 햇볕정책과의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북핵 문제는 김영삼 정부시절 발생한 문제이며, 이제까지 강경대응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근거 없는 이론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둘째, 새 정부가 햇볕정책의 실패를 공인했다면 이를 보완하거나 대치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단지 기다림은 정책 부재를 선언함에 불과하다. 버티기 전략의 바탕에는 지난 10년간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결과 북한의 대남 경제의존도가 매우 높아져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이는 햇볕정책이 수행된 지난 10년간 남북경제협력과 교류가 활성화 되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셋째, 현정부는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며 벼랑 끝 전술을 자행하고 있으므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북측에 살포되는 대북유인물(삐라)의 내용을 볼 때, 상대측 지도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남측이 더 심하게 하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기 바란다.

남북관계는 시소게임과 같다.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 4강이 직·간접적 당사자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문제의 원인을 한쪽에서만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상대방에만 전가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내 탓이오!'라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반도 정세 변화 선도해야

남북간 대화 채널이 단절되면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들고 나왔다. 북·미간 직접 접촉이 우선되면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역효과가 있다. 국익이 어디에 있는가를 냉철하고 이성적인 눈으로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

남북관계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현재 입장은 '강경하고 직접적인 대응'이라는 원칙론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내년 초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 정세의 불가피한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우리의 운명이며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안다. 대양에서 들어오는 큰 배를 항구로 안전하게 이끄는 파일럿, 도선사(導船士)의 역할이 우리 정부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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