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저는 추악하지만 송금한 돈은 절대 부정한 돈이 아닙니다. 독후감대회 등에서 상금으로 받은 것과 영치금을 떼어 모은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마 전 부산공동모금회에는 교도소 소인이 찍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편지의 주인공은 신용카드로 진 빚 때문에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2003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30대 무기수 박모(35)씨.
"이 겨울, 저를 둘러싼 벽과 지붕조차 가지지 못한 이웃들이 세상에 적지 않음을 압니다. 가뜩이나 세상 돌아가는 형편까지 말하기가 겁이 나는 지경이니 오죽할까요…." 박씨의 글은 이어졌다.
"공동모금회 계좌번호를 부탁했더니 교도관 하시는 말씀이, 짧게라도 무어라고 설명을 해야 한다기에 망설이다 몇 자 적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나누고 더불어 사는 데 티끌 만한 보탬이라도 됐으면 합니다."
박씨는 편지와 함께 교도소 당국이 지출 승인한 돈 17만원을 공동모금회 계좌로 송금했다.
부산교도소측은 "박씨가 영치금 사용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부산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보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지출 승인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교도소 내에서 봉제공으로 일하면서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따고 한글날 독후감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고 교도소측은 밝혔다.
부산공동모금회는 "추위와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해 주셨으면 한다"는 박씨의 바람대로 '감옥으로부터 온 작은 정성'을 불우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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