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부양 조치가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4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중미 전략경제대화에서 현실화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가 수석대표로 나선 이 대화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하 움직임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뜨거운 설전을 폈다.
미국측 관리들에 따르면 폴슨 장관은 "2005년부터 위안화를 꾸준히 절상한 중국이 최근 절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11월 28일 달러 당 6.8349위안이던 기준환율을 12월 4일 6.8502위안으로 올린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왕 부총리는 미국의 예봉에 정면으로 맞섰다. 왕 부총리는 "우리는 미국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중국이 미국에 투자한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850억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를 지닌 최대 채권국으로서 채무국에 대해 "너부터 잘해"라고 반박하는 꼴이다. 중국이 국채를 더 사야 금융위기 구제자금을 발행할 수 있는 미국에 대한 은근한 공격이기도 하다.
이날 양측은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시장은 미국이 중국의 절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4일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가 제한폭인 6.8845까지 절하됐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금융 개방 요구에도 강도 높게 저항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외국인은 중국 은행 지분의 25%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20%까지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통제되지 않은 금융자본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력 명분이 약화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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