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를) 어쨌든 부분적으로는 인정합니다. 아직 다는 아니지만…."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과 관련, 농협의 인수 청탁과 함께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4일 구속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6)씨가 결국 혐의를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했다. 노씨가 일부나마 혐의를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이날 오후 5시께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씨는 영장집행 시간인 오후 6시35분께 검찰 수사관 2명과 함께 대검 민원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은 상기된, 그러나 팽팽히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노씨는 10여초간 침묵을 지키다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부분적으로나마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그는 "아직 전부는 인정 못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국민께 죄송하다"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어느 부분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선 "지금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범죄를 공모했느냐'는 질문 역시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3분여간 진행된 짧은 문답 및 사진촬영이 끝난 뒤 노씨는 수사관들과 함께 호송차량에 곧바로 탑승, 서울구치소로 떠났다.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다 처음으로 구속되는 신세가 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두 눈을 지긋이 감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형에 대한 예우 차원인 듯 수갑은 채우지 않았다.
노씨는 앞서 이날 오전 피의자 심문이 끝나자마자 이미 구속을 예감한 듯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온 노씨는 극도로 경직돼 있었다. 지난 1일 검찰 소환조사를 마쳤을 때의 비교적 당당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영장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낮 12시5분께 법정을 빠져 나온 노씨는 처음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그러다 질문이 잇따르자 결국 "법정에서 무혐의라는 것을 소상히 말했다"며 입을 열었고, '정 전 회장을 호텔에서 만났나'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아직 죄가 없으니까…"라며 말문을 흐리기도 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말'과 달리 그의 '얼굴'은 이때부터 벌써 어두웠다.
영장심사에서 노씨는 "정화삼씨 형제로부터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전화로 '이 사람들 말 좀 들어보라'고 했을 뿐,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에는 대검 중수부의 오택림, 이남석 검사가 출석해 그간의 진술과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고, 노씨 측에서는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 1명만 참석했다. 심사를 마친 후 노씨는 대검 중수부 11층 특별조사실로 발걸음을 돌려 영장 발부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편 노씨의 법원 출두장면은 검찰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오전 10시20분께 법원에 도착한 노씨는 검찰의 도움으로 취재진 100여명을 따돌린 채 법원 지하주차장 및 구치감 통로를 이용해 영장심사가 열린 318호 법정으로 향했다. 구속 피고인이 재판을 받기 위해 임시로 머무르는 '구치감'은 별도 통로를 통해 법정과 연결돼 있으며, 주요 피의자가 언론공개 등을 꺼릴 때 검찰이 종종 이를 이용하곤 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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