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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돈가뭄 왜 해소 안되나/ 12조 풀었지만… 한은-은행 돈 놓고 핑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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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돈가뭄 왜 해소 안되나/ 12조 풀었지만… 한은-은행 돈 놓고 핑퐁게임

입력
2008.12.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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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경기부양과 신용경색완화를 위해 시중에 돈을 '대량살포'하고 있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한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한은에서 돈을 받은 은행들이 이를 대출로 내놓지 않고, 한은과 주고받기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이 돈은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이다.

선뜻 돈을 빌려주기 두려워하는 신용경색 때문이지만, 어쨌든 단기자금시장엔 '돈 홍수', 중소기업엔 '돈 가뭄'의 모순된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은행권은 한은과 '핑퐁'중

한은과 은행들이 탁구 치듯 돈을 주고 받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한은은 통화량 관리를 위해 매주 목요일 환매조건부채권(RPㆍ일정 기간 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을 은행들과 거래한다. 은행권에 자금이 많으면 한은은 RP(보통 1주일 만기)를 매각해 돈을 흡수하고, 반대로 금융시장에 돈이 모자라면 은행들로부터 RP를 사들여 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평소 2조~3조원 수준이던 RP 매각규모는 10월말부터는 매주 10조~12조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이 많은 돈을 풀었지만 별로 쓸 데가 없는 은행들은 이 돈을 RP를 통해 다시 한은에 넘겼고, 한은은 다시 돈을 풀고 은행들은 이를 되넘기는 '주고받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0월 중순이후 총액한도대출 증액, 통화안정증권 중도환매 등으로 한은이 공급한 유동성은 총 12조8,000억원(12월1일 현재). 이 돈이 시중대출로 나가지 않고 거의 전부 RP거래를 통해 한은과 시중은행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4일 RP 매각 규모는 8조5,90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1주일 사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림으로써 '노는 돈'을 줄였을 리는 없다.

그저 '대출은 안하고 쓸데 없는 머니게임만 반복한다'는 비난여론을 두려워 해, RP 대신 비공개 자금조정예금(은행들이 한은에 맡기는 하루짜리 단기예금. 이자가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쌈)에 맡기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 핑퐁 왜 거듭되나

근본 원인은 은행들이 새로 생긴 돈을 대출에 안 쓰기 때문이다. 대출을 늘릴 경우 요즘 가뜩이나 우려가 높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요즘처럼 신용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스스로의 유동성 확보도 어려운 은행들이 장기대출에 돈을 쓰겠냐"며 "당분간은 여유자금이 생겨도 RP에 묻어두려는 수요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결책은 은행들의 대출공포를 줄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한은이 돈을 안 풀어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문제는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상황"이라며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 확대와 은행 BIS 비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정부, 수출 中企에 100억까지 보증

정부가 4일 내놓은 '중소기업 유동성지원 추가대책'의 골자는 "보증을 통해 막힌 중기대출을 뚫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대규모 유동성지원을 약속했지만 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역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부담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돈을 내주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양대 보증기관의 역할을 강화해 은행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이 돈을 돌게 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UBS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캠코), 신보,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본을 확충해 시장안정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까지 키코(KI-KO)손실 기업에 유동성 지원이 집중됐다면 이달부터는 수출기업 등 일반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으로 지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지원을 신청한 키코손실 기업 중 절반(283개사)이 6,918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일반기업은 1,405개사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232개사만이 유동성 지원을 받은 상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금융 지원을 위해 보증기관의 수출자금 보증지원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수출자금 보증한도를 기업당 100억원, 보증비율은 100%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시중은행에 한정된 지급보증의 보증 취급기관도 농협과 수협으로 확대키로 했다.

그 대상이 농협과 수협까지 확대되면 기존에는 수출입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농ㆍ수산업 관련 영세업체도 망超璲活?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소상공인 담보대출 특별보증도 눈길을 끈다. 제조업과 건설업, 운송업, 광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 10인 미만, 기타 업종은 5인 미만이면 소상공인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담보대출 보증을 통해 은행들이 BIS 비율 하락 부담을 덜 수 있어 적극적인 만기연장과 신규대출에 나설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일단 정부는 시중은행의 보증기관에 출연하는 '특별출연보증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우선 신보와 신한은행이 1,000억원 규모로 협약을 체결하고 8일부터 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을 시행할 예정이다. 보증기관은 기본재산의 최대 20배까지 보증을 설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 보증재원을 시중은행을 통해 마련하는 것은 문제다. 중소기업문제는 국가경제 및 고용안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기본적으로 정부재정으로 풀어야 한다. 내년 예산에 신보ㆍ기보출연금을 대폭 증액함으로써, 정부가 의지를 갖고 신용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증확대가 중소기업 자금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겠지만 옥석은 가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마구잡이' 보증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보증이 필요한 기업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구분하는 정확한 잣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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