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게 추가 자금지원에 나선다. 돈을 풀어주는데도 대출을 하지 않는 은행들에게 대출여력을 더 늘려주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3일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은행 여신여력 확충 지원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맡긴 지급준비금에 20여년 만에 이자를 지급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채권도 사주는 내용이다.
한은은 우선 지급준비예치금(예금의 일정액을 한은에 무이자로 예치하는 돈)에 대해 조만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들의 지준예치금은 총 23조원 규모. 연 이자로 치면 2.3% 수준이다. 한은이 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1986년12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평소 무수익 자산으로 여겼던 지준예치금에 이자를 쳐 주면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다. 은행들로선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결국 대출여력도 높아질 것이란게 이번 조치의 배경이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지준율을 0.8%포인트 인하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효과는 훨씬 빠르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 이주열 부총재보는 “지준율 인하는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려 이자지급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다만 5,000억원 지급은 이번 1회에 한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이달 9일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환매조건부(RPㆍ일정기간 후에 되사줄 것을 약속하는) 매매 방식으로 이뤄지는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앞으로 한은이 주택금융공사 채권을 사주면 주택금융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자금으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주고, 그만큼 은행들의 재무건전성과 대출여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한은은 지준금 이자 지급으로 4조6,000억원,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 확대로 1조7,000억원 등 모두 6조3,000억원 가량의 은행 여신여력 확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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