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태광실업의 사업확장 과정을 추적하며 각종 인허가 로비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박연차 회장이 관리해온 각종 차명계좌에 대해 광범위한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돈이 오간 흔적이 없는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3년 9월 태광실업이 김해-호치민 직항로(주 1회) 개설을 추진하게 된 과정도 검찰이 살피고 있는 주요 부분이다. 박 회장은 당시 베트남항공에 요구해 김해-호치민 직항로 개설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신청하도록 했다. 직항로 개설은 항공사만 신청할 수 있다.
태광실업은 베트남항공과 협약을 맺고 전세기 계약을 체결한 후 티켓판매를 대행하는 총판매대리점(GSA)을 맡았다. GSA는 보통 여행사 등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어서, 박 회장이 이 같은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직항로 개설도 다른 항공기 항로와 군사시설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토부가 허가를 내리는 사항이다.
박 회장의 로비 부분은 현재로서는 수사의 '곁가지'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폭발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 거래해 얻은 178억원의 시세차익과, 농협 자회사 휴켐스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수십억원의 시세차익, 또 홍콩법인을 통해 받은 배당금 800억원에 대한 추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박 회장이 휴켐스를 싼 값에 인수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통해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형태의 로비와 금품 제공이 다른 인허가와 사업권과 관련해서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태광실업은 이미 해외 로비 부분은 인정한 바 있다. 박 회장이 홍콩법인에서 지급받은 개인 배당금 8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해외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로비 등 사업비에 썼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994년 베트남 호치민 인근에 4,500만 달러를 투자해 신발회사 '태광비나실업'을 설립한 뒤, 현지 고용과 투자에 기여한 공로로 베트남 총리로부터 '베트남 친선훈장'을 받을 정도로 베트남 정부쪽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김해-호치민 직항로 개설 협약식에는 판 반 카이 당시 베트남 총리, 안상영 당시 부산시장, 웬신 홍 베트남 당시 재정부장관, 즈엉 징 투 당시 주한 베트남 대사, 유태현 당시 주베트남 대사, 김성철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해 넓은 인맥을 자랑했다.
물론 검찰이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국내 로비 부분이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유명하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막론하고 정치권의 여러 인사에게 정치후원금을 꾸준히 내왔다. 검찰은 일단 로비 수사는 계좌추적과 인허가 자료분석 등 주변조사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먼저 탈세와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를 확정한 후에 박 회장을 소환조사하고 신병을 확보해 로비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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